-
-
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
박현구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덮은 후에도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것은 북촌의 골목길이었다.
오래된 기와지붕 너머로 비치는 서울의 빌딩 숲, 그 사이에서 ‘브랜드’라는 단어가 이렇게 따뜻하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책은 북촌이라는 공간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북촌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으로 바라본다.
오래된 기와집, 좁은 골목길, 낮은 담장, 그리고 그 위로 흘러가는 시간의 결들이 모여 하나의 브랜드 자산이 된다.
저자는 이 북촌의 결을 읽어내며, ‘브랜딩’이란 결국 공간에 깃든 시간과 사람의 이야기를 되살리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그는 말한다.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는 ‘지금’과 ‘언젠가’의 차이입니다.”
마케팅이 당장의 성과를 추구한다면, 브랜딩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오늘 빵을 파는 것이 마케팅이라면, 내일도 그 빵집을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이 브랜딩이다. 느리지만 확실한 힘, 그것이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소다.
저자는 북촌 한복판에서 600년의 역사성과 현대적 호스피탈리티가 만나는 지점을 ‘뉴 헤리티지(New Heritage)’로 정의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브랜드 세계를 그려냈다.
노스텔지어의 여섯 채 한옥: 블루재, 슬로재, 누크재, 힐로재, 히든재, 더블재는 각각의 개성과 철학을 담고 있다.
‘청색 기와 아래서 그리는 오래된 미래’, ‘대문 하나만 열면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 같은 표현들은 단순한 공간 소개를 넘어, 브랜드가 품은 정체성과 세계관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여섯 채 한옥의 사진들은 한 장 한 장이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절제된 아름다움 속에 담긴 품격이 인상적이었고, 그 공간을 직접 걸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저자가 강조하는 브랜딩의 본질은 화려한 디자인이나 기발한 마케팅이 아니다. 그는 단호히 말한다.
“브랜딩은 나다움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브랜드는 기업의 상징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일관되게 실천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노스텔지어의 브랜딩은 절제된 태도에서 출발한다. 서두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은근하면서도 당당하게 손님에게 다가간다.
공간의 설계, 가구의 선택, 향의 디자인까지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내며, 손님이 ‘머무는 경험’을 통해 한국의 시간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단순한 숙박업이 아니라, 한국의 정체성을 경험하게 하는 예술적 행위에 가깝다.
결국 좋은 브랜드란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 속에서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그것을 일관된 방식으로 전달하는 일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문득 ‘나의 브랜드는 무엇일까?’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사는 공간, 내가 하는 일, 내가 사용하는 말과 태도까지 이 모든 것이 ‘나’라는 브랜드를 구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 ‘브랜딩’은 더 이상 거창한 단어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모든 순간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관을 지켜가는 작은 실천이다.
‘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는 북촌의 골목길을 걷는 듯한 책이다.
낡은 벽돌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처럼, 이 책의 문장 하나하나는 독자의 일상 속에도 천천히 변화의 빛을 들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은 내게 한 문장을 남겼다.
“브랜드란 결국,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의 결정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