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설 요한복음 - 개정판
장길섭 지음 / 창해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설 요한복음은 신약성경 요한복음을 토대로 하여, 단순한 성서 해설이나 교리적 설명을 넘어 사도요한의 시점에서 소설적 상상력과 영적 묵상을 결합한 작품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성경의 사건들을 전혀 다른 상상 속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저자는 요한을 단순한 기록자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성찰을 담아내는 인물로 그려냈다.
요한의 시선으로 바라본 예수의 삶과 가르침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처럼 다가왔다.
요한은 예수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회상하며 사건의 상황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드러난 영적 의미와 자신이 느낀 내적 변화를 진솔하게 고백한다.
책에서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은 도덕적 개선이나 사회적 성취가 아니라, 존재의 근본적인 변화라고 말하며 ‘거듭남’에 대해 강조한다.
갈릴리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장면은 단순한 기적 이야기가 아니었다. 예수님은 자신의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다고 하시며 어머니의 요청을 단호히 거절하지만, 결국 사람들의 부족을 채워주시기 위해 기적을 베푸신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하나님의 능력 과시가 아니라, 믿음과 순종을 통해 이루어지는 ‘변화’였다.
물이 포도주로 변한 사건은 단순한 외적 변화가 아니라, 종교의 본질인 ‘거듭남’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과연 거듭난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저자는 참된 예배의 의미를 새롭게 풀어낸다. 예배란 단순히 시간과 장소에 매여 드리는 의식이 아니라, 삶 전체를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하신 말씀, 그리고 멀리 떨어진 환자를 단번에 고치신 사건은 예배가 의식이나 형식에 머무르지 않고, 영과 진리로 드려져야 함을 보여준다.
“삶 자체가 예배다”라는 저자의 메시지는 내 신앙생활을 되돌아보게 했다. 나는 예배를 주일 아침 교회에 가서 드리는 시간으로만 국한시키지 않았는지, 내 일상 속에서 하나님께 헌신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스스로를 점검하게 되었다.
나 역시 신앙생활 속에서 ‘거듭난다’는 표현을 자주 들어왔지만, 이 책을 통해 그것이 단순히 종교적 언어가 아니라 실존적인 질문임을 새삼 깨달았다.
‘나는 정말 새로 태어난 삶을 살고 있는가?’,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라는 물음이 내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소설 요한복음’에서는 사건을 극적으로만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고 차분하게 풀어내면서, 각 장면 뒤에는 영적인 통찰이 덧붙여진다.
때로는 소설 같고, 때로는 묵상집 같으며, 때로는 에세이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책장을 넘길수록 단순히 이야기 속 인물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예수의 말씀 앞에 서 있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어느 순간에는 요한의 자리에서, 또 어느 순간에는 군중 속 한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따라갔다.
책의 내용은 잘 알려진 성경 사건들,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기적, 오병이어의 기적, 나사로의 부활,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 등 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익숙한 사건일지라도, 요한의 내적 독백과 해석이 더해지면서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십자가 사건 앞에서 요한이 느낀 두려움, 슬픔, 그리고 부활 이후의 희망은 단순히 종교적 교리를 넘어, 한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는 체험으로 묘사된다.
특이한 점은 사도 요한이 결혼을 하였고, 그의 아내 이름이 ‘나라’라는 인물로 설정되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나라’라는 인물이 실제 역사적 존재라기보다, 하나님의 나라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즉, 하나님의 나라는 먼 하늘이나 저 세상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일상의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서 경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
‘소설 요한복음’은 단순히 성경을 다시 읽게 하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독자에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내 삶은 참으로 새롭게 변화되었는가?’라는 질문은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다.
결국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 즉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듭남”이라는 말은 단순한 종교적 권면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던지는 근원적 물음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확인했다. 신앙은 단순한 지식이나 외적인 행위가 아니라, 내 존재가 새로워지는 체험이며, 삶의 뿌리부터 바뀌는 변화라는 사실이다.
‘소설 요한복음’은 그 사실을 잊지 않도록 일깨워 주었고, 내 삶 또한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