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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우아한 목기 시대 - 목공에서 발견한 무르고 단단한 삶에 관하여
이정환 지음 / 시대의창 / 2026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어릴 적 동네에서 나무를 깎고 다듬어 근사한 가구를 뚝딱 만들어 내는 어르신을 보면 참 멋있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어른이 되면 나만의 가구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꿈을 꾸었지만, 막상 성인이 되고 보니 목공에 대해 아는 것도, 특별한 손재주도 없었다.
결국 목공은 타고난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필요한 가구는 사서 사용했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언젠가 목공을 배워보고 싶다는 작은 꿈이 남아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나의 오래된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 책이다. 방송국 PD로 일하며 늦은 나이에 목수가 된 저자는 목공 이야기뿐 아니라 다양한 나무의 성질과 나무에 얽힌 역사, 그리고 나무와 부대끼며 느낀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물에 가라앉을 정도로 무거운 흑단, 상처를 치유하는 나무로 알려진 유창목을 비롯해 우리가 가구에서 흔히 접하는 월넛, 화이트 오크, 멀바우, 고무나무와 고급 수종으로 알려진 티크까지 다양한 목재의 특징과 쓰임새가 자세하게 소개된다
그동안 가구를 구입하면서도 '무슨 나무로 만들었을까?' 정도의 생각만 했지 목재마다 단단함과 무게, 내구성, 가공성, 가성비 등이 모두 다르다는 사실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집에 있는 가구 하나를 보더라도 '이것은 어떤 나무일까?' 하고 한 번쯤 살펴보게 될 것 같다.
특히 나무가 상처를 입고 썩어가는 과정에서 독특한 무늬가 만들어지는 스폴티드 우드 이야기를 통해 상처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면서 세상에 하나뿐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우리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라운 샤이니스'라는 나무의 생존 방식도 인상적이었다. 나무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간다. 나무 사이의 비워진 공간은 서로의 선을 지키며 공존하는 지혜였다. 사람 사이에도 이러한 적당한 거리와 존중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무엇보다 "갈라지고 휘어지는 것이 나무의 본성"이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좋은 목수는 나무를 자신의 뜻대로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나무의 본성을 이해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로의 다름을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 각자의 본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관계가 아닐까.
책에는 목재뿐만 아니라 나무에 얽힌 역사와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풍부하게 소개되어 있다. 측백나무와 물푸레나무에 얽힌 이야기, 너도밤나무와 나도밤나무, 나도박달나무처럼 이름이 비슷해 혼동하기 쉬운 나무들의 이야기, 우리나라 가로수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 참나무에 관한 이야기까지 읽다 보면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나무들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길을 걷다가 만나는 가로수 하나에도 역사와 이야기가 있고, 공원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에도 오랜 세월을 견뎌온 시간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목공과 나무에 관한 책이지만 결국 삶에 관한 책이었다. 상처받고 휘어지고 때로는 갈라지는 것까지도 나의 삶을 이루는 하나의 무늬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내게 전해준 가장 큰 교훈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언젠가 나도 목공방에 가서 서툴더라도 내 손으로 작은 가구 하나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나무의 결을 따라가며 나만의 삶의 무늬를 만들어가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