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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법정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조금 차분해진 마음으로 오던 길을 되돌아볼 때, 푸른 하늘 아래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나무들을 바라볼 때, 산다는 게 뭘까 하고 문득 혼자서 중얼거릴 때, 나는 새삼스레 착해지려고 한다. 나뭇잎처럼 우리들의 마음도 엷은 우수에 물들어간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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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해인 -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 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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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를 애지중지 모셔놓기만 하면 곰팡이가 피거나 좀이 슬지.
구두를 함부로 신고 다니면 어느새 닳아 낡아 버리게 되지.

구두 끈을 꽉 묶으면 풀기도 힘들고 걸어 다녀도 편하지 않지.
구두 끈을 느슨하게 묶으면 어느새 풀려 질질 끌리는 것도 모르고
신고 다니다가 신발이 벗겨져버리지.

구두약을 많이 바르면 광이 무뎌지고,
구두약을 조금 바르면 광이 나지 않지.

힘들다고 약하게만 닦으면 때가 빠지질 않고,
정신없이 너무 세게만 닦다 보면 껍질이 벗겨져 구두가 상처를 입지.

깨끗한 수건으로 닦다 보면 수건이 더러워지고,
더러운 수건으로 닦다 보면 구두가 더러워지지.

 

내가 살아가는 방식도 이러한 중도(中道)에 따른다네.

 

[글 / 원성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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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전하는 말

 

밤새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나를 부르네.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
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정든 땅을 떠나
힘차게 날아오르라고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아침을 가르는
하얀 빗줄기도
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전하는 말.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

 

오늘은 나도 이야기하려네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
 
- 해인 수녀님의 "작은 위로"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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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보고 싶은 날 - 이해인

요즘엔 당신이 더욱 보고 싶습니다 지척인 당신을 두고서도 보지 못한다는 것이 마음 한구석을 멍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운 마음에 견딜 수 없을 때면 이런 상상을 합니다

당신이 꿈이었으면 당신이 꿈이었으면 꿈 속에 들어가서 당신을 만날 수 있을텐데 하루종일 꿈 속에 있기 위해 영원히 잠 속에 빠져 들수도 있을텐데

당신은 지금 현실 속에 있습니다 냉혹한 현실은 내 마음에 화살이 되고 저는 과녁이 됩니다 또 한번의 그리움의 고난이 끝나면 남겨지는 내 삶의 체취들 눈물들 그리움들 그리고 사무치는 고독들 조용히 생각하며 내 자신을 달랩니다 당신이 꿈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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