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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책세상 / 1994년 8월
평점 :
품절
세상에서 널 영원히 사라지게 할 단추가 있다면, 난 그걸 누르고 말았을 거야.
불쑥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면 주문처럼 혀끝을 맴도는 최악의 문장.(나는 몬스터ㅡ_ㅡ;;)
한 때 ‘유쾌, 상쾌, 통쾌한 복수’를 꿈꾸었던 본인. 상대방의 생명과는 무관하게 겁만 주고, 잔악무도한 본성을 개선케 함으로써 목표에 다다른다는 장렬한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못난 찌질이가 꿈꾸던 망상극은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날수록 시들해졌고 가끔 대상을 떠올리면 오줌을 지리듯 떨긴 하지만 그가 눈에 띄지 않는다, 라는 사실만으로 복수의 반은 이룬 셈이다. 하긴 복수라는 이름이 주는 통쾌함은 아마 힘없고 억눌린 자들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극단적인 처방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특정인물을 향한 복수에 대한 갈망을 범죄와 연결시켜 순간적인 희열과 성취감을 기대하는 피해자의 심리를 잘 다루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의 외모를 연상시키는 니콜라. +_+;; 가해자, 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워낙 잘 나다보면 그리고 싸가지가 없다보면 적이 생기기 마련인가보다. 게다 자신이 일부러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까지 가로채버리면 집중포화의 대상이 될 수 밖에. 가해자의 맞은편에서 이를 가는 피해자의 이름은 에드워드. 사랑과 증오는 하나라고 했던가. 저런 진부한 문장 따위야 어떻든 이름부터 왠지 순해 보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니콜라에게 바친 에드워드가 니콜라의 음해세력으로 부상하게 되는데는 니꼴의 몰인정이 한 몫, 아니 두 세 몫 하긴 했다.
빠른 전개와 흡입력있는 속도로 풀어나가는 이 책은 꽤 재미있다. 국내문단에서도 표절시비에 휩싸였던 작가들은 제목만 보고도 가슴이 뜨끔하면서 찔리기도 하겠다. 그런데 과연 복수가 유쾌할 수 있을 것인가, 는 두고두고 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복수의 이면에 깔린 장기적인 공포와 죄책감은 또 어떻게 극복할 것이며, 증오하던 대상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소멸해야만 죽어가던 자아가 새롭게 꽃핀다면, 결국 기형적으로 변질된 나만을 찾은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