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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는가 1 - 무량 스님 수행기
무량 지음, 서원 사진 / 열림원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살아가다 보면 왜 사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러한 왜 사는지에 대한 철학적, 실존적 의문 이전에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라는 스스로에게 지친 자학적 푸념이 앞설 때가 있다. 이 책을 주저없이 선택하게 되었던 이유도 종교적 구도자의 길을 걷는 한 스님의 자기 수행기를 통해, 그런 자학적 푸념에 대한 일말의 위안을 삼고, 의욕을 얻고자 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는 이의 뜻과는 관계없이, 학벌 중심적 사고에 젖어있는 한국독자들을 효과적으로 파고들만큼 선정적인 "예일대 졸업생 스님"이라는 문구와 왠지 사막이라면 풀 한포기도 없을 법한 모래언덕 위에 절을 짓고 있다는 신비감에 도취될 정도로 책 겉표지가 장식되어 있지만, 실상 글 쓰는 무량스님은 이에 대해 무덤한 것 같다. 오히려 이 책에 대해서는 다 잊어버리고, 우리 모두의 알음알이도 다 던져버리라고 한다.
왠지 이런 수행기를 읽다보면, 선불교의 가르침에 한 발 다가서고, 글 쓰는 이의 고뇌를 통해 나의 삶을 투영하고 대리수행의 감정도 가질만 하지만,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무량스님은 출가하기 전의 삶과 출가하게 된 배경과 계기, 출가한 후의 태고사 건축과정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어찌보면 수행기를 읽는 독자에 대해서는 철저히 기대를 져버리게 만드는 자기중심적인 글인 것 같다. 다만, 무량스님의 입장에서 10년전부터 시작해 지금도 짓는 과정에 있는 미국의 태고사는 노동과 수행의 과정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절터를 찾고, 무엇을 어떻게 지을지 황량한 사막 위에서 결정한다는 것이 그리 손쉬운 일은 아닐 것이며, 태고사를 통해 펼치고 싶은, 누구나 찾을 수행도장을 만들고, 불가의 가르침에 따라 환경친화적이고 인류평화에 가치를 두고자 한다면 그의 수행기가 절 짓는 일기장이라 하더라도 의미는 충분하다 싶다. 다만 그런 기대를 갖고 책을 읽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