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 문학동네 루쉰 판화 작품집
루쉰 지음, 이욱연 옮김, 자오옌녠 판화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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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는 것은 늘 사람의 깊은 곳에서 규정하기 힘든 울림을 주는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오래된 근원적 질문들을 끄집어내고 인간에 대한 성찰을 나눌 수 있는, 인간이 만들어 낸 훌륭한 정신적 유산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런 면에서 인간이라는 근본적 요체와 더불어 시대적 환경과 사건에 따른 역사라는 배경이 개인의 삶을 규정하는 중요한 터전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아Q정전'은 이러한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근원적 인간성에 대한 성찰과 혁명기라는 역사적 관점이 부가된 고전이 아닐까 한다. 이 소설이 쓰여진 시대에는 세태를 질타하는 계몽적 소설이라 할지라도, 읽히는 지금의 시대에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인간을 되짚어 보게 하는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근현대사에 많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지라 우리를 둘러싼 중국, 일본에 대한 근현대사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는데, 중국에 대한 관심은 중화주의가 드세질 정도로 나날이 기세를 올리고 있는 요즘이기에 더욱 눈여겨 보게 된다. 이 작품을 번역한 이욱연 교수는 그런 관심을 갖는 나에게는 중국에 대해, 특히 루쉰에 대해 좋은 길라잡이가 된 많은 글을 내놓는 분이라 번역된 많은 '아Q정전' 중에서 이 책을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더군다나 쟈오엔넨이라는 판화가의 사실적인 묘사들이 더해진 책이라 작품을 읽어 이해하는데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편전쟁과 청일전쟁에서 패한 이후 중국에 팽배한 패배의식과 노예의식을 대변하는 버러지 같은 인간 아Q와, 공화제 도입을 위한 쑨원의 신해혁명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한 인간의 행적을 그려내는 이 소설은 단순히 그 시대 중국에 국한된 인간의 모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배하고 모욕을 당하고도 손쉽게 툴툴 털어 정신적인 승리감에 자신을 마취시키고, 자신이 당한 모욕을 더 약한 자에게 되갚아 만족감을 느끼고, 저항하고 항변하는 대신 시대가 던져놓은 혁명이라는 도구에 자신을 일체화 시켜고자 했던 나약하고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이 나의 내면에는 없을지 의문이다. 시대에 저항하지 않고 현실에 분노하지 않으며 개인의 만족을 위해 내달리는 우리시대의 아Q들에게도 한낱 어리석은 인간의 행적에 대한 글로만 읽히지 않기를 루쉰도 기대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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