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zooey > [퍼온글] [근조] 김선일씨의 명복을 빕니다.
정치적 상황에 휘말려 상징적 살인의 대상이 된 김선일씨의 명복을 빕니다.
내가 내뱉는 '명복을 빈다'는 말이 스스로 이처럼 하찮게만 여겨지는 것도 절망스럽습니다.
무수히 많은 입장과 무수히 많은 주장과 정치 사이에서 무언가 입장과 신념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하지만 어느 하나 쉬운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이렇게 충격적인 사실들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둔감한 폭력의 시간이 무섭네요.
폭력에는 평화로. 다짐해봅니다.
--알라딘 김명남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한동안 침묵하고 있던 친구는 "결국 그렇게 됐다."고 담담히 이야기를 전해줬습니다. 눈을 뜨기가 싫었습니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으로는 차마 똑바로 바라보기도 힘들만큰 충격적인 뉴스였지만 놀람보다 슬픔이 더 강했습니다.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 건지도, 왜 이런 일이 벌어져야 하는지도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알베르 까뮈가 쓴 <정의의 사람들>이라는 희곡이 생각납니다. 그 희곡 속에서 젊은이들은 자신을 억누르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요인 암살이라는 테러를 감행합니다. 하지만 요인을 향해 총구를 드리댄 순간 그 테러리스트는 총을 쏠 수 없었습니다. 그 마차 속에는 요인뿐 아니라, 그 요인의 손자도 함께 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정의와 인간애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인간애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는 저격을 포기합니다. 저는 어제 하루, 그에게도 이런 기적이 일어나기를 얼마나 빌었는지 모릅니다.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누군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용서'라고 했습니다만, 저는 그 누구도 용서하고 싶은 심정이 아닙니다. 새삼, 역사를 되돌아볼 필요는 없지만, 전쟁과 폭력은 가장 선량하게 살아간 사람부터 삶을 빼앗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적어도 나는 당신의 이름과 당신의 무고한 죽음을 기억하겠습니다.
-알라딘 류화선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죽어간 고 김선일씨의 명복을 빕니다.
역사가,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을 수 없어집니다.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소식을 듣고 순간,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정치적 목적의 살인에 대해 생각합니다. 생의 모든 국면이 정치이고 100% 옳은 해결책이란 없지만, 그 무엇보다 인간이-생명이 소중한 법인데... 사는게 정말 무섭다는 막연한 생각, 해소할 길 없는 슬픔, 세상의 모든 폭력에 대한 분노가 밀려듭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또 오늘을, 이 죽음을 잊지 않는 것이겠지요.
- 알라딘 박하영
무수히 많은 말들이 들려옵니다. 그 중에는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거친 목소리들도 있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이라크 전쟁을 침략전쟁으로 규정하지 않았고, 자국민 보호의 의무마저 충실히 하지 않은 당신의 조국이 말하는 ‘국익’이 무엇인지 더욱 혼란스러운 오늘입니다. 생명보다 다른 무엇이 더 소중하다는 목소리들에 묻혀 당신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습니다. 잊지 않겠다는, 혼동하지 않겠다는 작은 약속을 당신에게 드립니다.
- 알라딘 김현주
Imagine - John Lennon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yu-huh.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and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yu-huh.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Imagine no possesions,
I wonder if you can,
no need for greed or hunger,
a brotherhood of man.
Imagine all the people,
sharing all the world yu-huh.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알라딘 서현
그동안 입장만 파병 반대였을 뿐, 실제 파병을 막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던 자신을 미워하며, 김선일 씨의 명복을 빌기 전에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동료였고, 친구였던 그가 겪었을 공포와 막막함, 그리고 지금 울고 있을 그의 가족과 동료와 친구들의 슬픔을 생각하며 다시 한번 이라크 전쟁에서 희생된 모든 민간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일본 작가 하이타니 겐지로는 그의 책에서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의 목숨을 먹고 살아간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어서 무의미한 전쟁이 끝이 나서, 고맙다고, 당신 덕분에 그래도 전쟁이 끝이 날 수 있었다고, 김선일 씨에게 무의미한 감사의 인사라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살아있는 동안 다시는 '어떤 명분에서도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무력한 다짐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알라딘 이예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