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줌마 친구들을 만났다. 아주 큰 건으로 축하해야 할 일들이 벌어졌으니 축하연을 벌여 마땅하다 싶었다. 아기 둘을 키우는 아줌마는 프리랜서 생활을 접고 당당히 한국 최고의 보안솔루션기업에 정규직 간부로 채용되었고, 아이 하나를 키우는 아줌마는 박사학위 논문이 그 유명하다는 Science紙에 게재되어 친절한 네이버를 비롯한 일간지, 방송매체에 얼굴이 떡~하니 실렸다.
그날 나는 술을 아껴 먹었으나, 역쉬 아줌마들은 들이부워댔다. 이런 상황은 '축하받는다' 보다는 '자축한다'고 표현함이 맞을 것 같았지만, 그저 삼십대 중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이룬 아줌마들의 쾌거가 자랑스러워 나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한국에서 아줌마로 살아가는 것. 그야 말해 무엇하겠냐마는...
순수한 아줌마들이 세상사에 이리저리 치여사는 모습에, 아직도 마음은 이십대 꽃다운 청춘이건만 불과 몇 년만에 변해버린 거울 속 스스로의 모습에, 또 그렇게 억척스러운 자신을 돌이켜 눈물 겹겠지만, 오늘밤은 취한들 어떠한가?
전화 속 남편에게 날리던 한마디.
"내가 신데렐라냐? 유리구두도 없는 내가 12시까지 들어가게!"
처녀시절에 내가 찍어 준 사진을 떼어내던 남편에게 한사코 안된다고 우겼다던 아줌마라지만, 내가 만나고 수다떠는 것은 그 때 그 시절의 추억이 아니라 지금의 아줌마들이다. 그러나 오늘은 옛 사진으로 그 재밋었던 시절은 추억하고 싶다.
한수이북 문화답사 때 : 고인돌 앞에서 설명을 듣는 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