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 - 전2권 세상을 뒤흔든 368일
왕쑤 지음, 송춘남 옮김, 선야오이 그림, 웨이웨 이 원작 / 보리 / 2006년 11월
절판


(마오쩌둥의 아내였던 허쯔전은 만삭이 되어 대장정에 참여했으며, 장정 도중 구이저우의 외딴 집에서 딸을 순산하지만, 전쟁중인 상황이라 아기를 버려야만 했다.)

들것은 산 아래로 내려갔다. 등비우와 허우정은 방에 들어갔다. 한참 울던 아기는 짚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 허우정은 은전 서른 닢을 아기 곁에 놓고 아편 두 덩이는 사발 안에 넣어 두었다. 언제나 규율을 철저하게 지키는 등비우는 바닥이 더러운 것을 보자 빗자루를 들고 깨끗이 쓸어 놓았다. 그리고 침대에 종이를 펴 놓고 편지를 썼다.

집주인님께.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노농 홍군입니다. 절대 토호나 악덕 지주들이 하는 말에 속지 마십시오. 지금은 싸워야 하는 때라서 아기를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어르신께서 아이를 길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적지만 은전 서른 닢과 아편 두 덩이를 받아 주십시오. - 홍군 휴양중대 등비우 드림 -

등비우는 편지가 없어질까 봐 무거운 물건으로 짓눌러 놓고 대열을 따라나섰다.-상권 331쪽

(1935년 5월 29일 새벽6시, 쓰촨 루딩 교)
마침내 부대는 6시 전에 루딩 교에 이르렀다. (중략) 다릿목에는 모래주머니로 쌓은 사격진지가 있고 그 사이로 거무스레한 총구멍이 보였다.
홍군 수만 명의 목숨이 달려 있는 그 유명한 쇠사슬 다리를 보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다리 위에 깔았던 널빤지는 모두 걷어 버리고 쇠사슬 열세 가닥만 사납게 흐르는 강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어제밤 비바람을 무릅쓰고 흙탕물에 뒹굴면서 목숨 걸고 달려왔는데, 그것이 이 차디찬 쇠사슬 몇 가닥을 위해서였던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소름이 쫙 끼쳤다. 양청우와 왕카이샹은 머리가 다 쭈뼛하여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하권 92쪽

산(자진산, 4260미터)이 높아질수록 바람은 더 차가웠다. 커다란 태양은 얼음으로 만들었는지 따뜻한 기운이 전혀 없었다. 찬바람이 불어오자 홍타오는 몸을 부르르 떨며 계속 이를 딱딱 부딪쳤다. 차이창이 스웨터를 벗어 홍타오에게 입혀 주었다. 하지만 몸이 너무 허약했던 홍타오는 차이창과 두톄추이의 부축을 받으며 100미터쯤 올라가다가 다리맥이 풀려 다시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차이창이 큰 소리로 말했다.
"홍타오, 안 돼요, 앉으면 안 돼요."
차이창이 홍타오를 잡아 일으켰다. 하지만 섰다가는 금방 다시 주저앉았다. 홍타오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차이 누님, 안 되겠어요. 제가 누님을 잘 돌봐 드리지 못했어요."
"홍타오, 저기 봐요. 산꼭대기에 다 왔어요."
홍타오는 어린애처럼 순진한 눈을 크게 뜨고 차이창을 바라보면서 마지막으로 말했다.
"우리 엄마한테 편지를 써 주세요."
그러고는 두터운 눈 위에 쓰러졌다. 차이창은 홍타오를 부둥켜안고 울부짖었다. (중략) 홍타오는 차이창의 자줏빛 스웨터를 입고 설산에 잠들었다.-하권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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