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일본인이야.'라는 생각은 이 현실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래서 이 '나도 일본인이야.'라는 생각을 하고 나면 그런 생각을 하기 전보다 더 숨 막히는 비참함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센진'이라는 모욕스런 말을 들었을 때 '나도 일본인이야'라고 대답하려다가 나도 모르게 '조선인이 뭘 어쨌다는 거야?'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식으로, 비참함은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숨 막히는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2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