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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번째 사진책 - 프레임 구성의 달인 되기
곽윤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3월
평점 :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 왜 하필 아날로그냐는 푸념은 변화의 속도에 대한 부적응과 놓치고 싶지않은 인간미에 대한 애착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모 신문사 기자의 질문에 디지털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도 인간의 감성을 풍요롭게 해 온 아날로그라며 나름 개똥같은 대답을 들려준 것도 고집스런 나의 편견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필름카메라를 쓴다.
그런 내가...요즘은 많이 흔들린다. 디지털카메라를 살까말까...살까말까...
사진찍은 내가 직접 인화하고 현상하는 것도 아니면서, 왠지 수동카메라의 묵직한 셔터소리와 필름감기는 감칠 맛 나는 소리, 한번 찍으면 꼼짝없이 뽑아봐야 답이 나오는 불변의 희귀성에 비해 조작가능한 사진을 찍어주는 디지털카메라는 애초부터 안중에 없었지만 결국 이런 시절이 올 줄은 알았다. 기술의 발전으로 뛰어난 성능으로 무장한 디지털카메라의 변신도 그렇지만, 욕심을 부리게 만드는건 필름카메라가 가지지 못한 뛰어난 편의성과 다른 기기와의 호환성이라 싶다. 사진 몇 장 뽑으려 아직도 차를 몰고 현상소를 찾아다니는 번거로움은 내게서 슬슬 카메라가 멀어지게 되는 첫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생활 속에서 사진을 대하기를 요구하는 이 책 때문에 나는 요즘 많이 흔들린다. 살까말까...
작년말에 '나의 첫번째 사진책'을 읽었는데, 몇 달 되지도 않아 '나의 두번째 사진책'을 내놓는 바람에 또 읽게 되었다. 아마 이런 속도라면 열번째 사진책도 금방이리라. 아! 이놈의 디지털 같으니라구.
첫번째 사진책이 그나마 필름카메라를 쓰든 디지털카메라를 쓰든 관계없이 생활사진사라면 사진을 어떻게 찍자에 맞추어져 있던 글이 두번째 사진책으로 넘어오면서는 사진상담 사례 중심(저자인 곽윤섭 기자는 인터넷한겨레 홈페이지에 사진상담코너를 운영하고 있고,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많은 수강생을 거느리고 있다)의 글로 급속도로 전환했다.
따라서 딱딱한 이론서를 벗어나 대단히 쉽게 풀어쓴 사진강의서이며 사례의 비교를 통해 생활사진사들의 안목을 넓혀주는 좋은 지침서이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무언가 평을 하고싶어도 머리속에서 맴도는 가물가물한 생각이 입안에서 그저 우물거리는 순간 저자는, '심심한 사진이다', '빛이 튄다' 등의 말로 시원하게 생각을 뚫어준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재미있는 요소 중의 하나라 싶다.
저자는 어떻게 찍느냐에 앞서 무얼 찍느냐를 고집스럽게 질문한다. 조리개, 촛점, 셔터스피드와 같은 기초적인 '어떻게 찍기' 이론은 무엇을 찍었느냐는 한마디에 그저 부서져버리고, 무엇을 찍기위해 얼마나 효과적인 방법-구도, 주연과 조연 등-을 사용했나라는 그 다음의 문제에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찍었나이다. 이것은 초보와 프로를 넘어서는 사진찍기의 궁극적인 이유들이라 생각된다. 사진을 왜 찍나? 바로 그 질문이다. 내내 그 질문이 있기에 이 책은 가벼워 보이면서도 그리 가볍지 않은 책이다.
보기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좋은 사진은 오래 간직되기 마련이다. 그 좋은 사진은 부단한 연습과 아름다움에 대한 안목과 한 장 찍어보겠다는 질긴 인내심으로 이루어진 환상적인 조합으로 탄생할 것이라 저자는 말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