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만나 눈물부터 쏟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눈물이 흐르는 뺨을 들어 보이며 숙이 말했다."미안! 나 조금만 울게. 무릎을 빌려 주면 좋겠거든."공주에 도착할 때까지 숙은 울고 또 울었다. 눈물이 바지를 적셨다. 허벅지가 축축하고 불편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슬픔에 빠져들 때도 있는 법이다. (중략) 혀가 단어를 만들기도 전에 목구멍에서 어떤 고통과 슬픔과 분노가 치밀어 올라 짐승 울음소리를 만드는 것을 예전에도 몇 번 목격한 적이 있다.-30~31쪽
열셋, 열여덟, 서른둘에 어떤 사람을, 그것도 여자를 띄엄띄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정성을 쏟을 일도 아니었다.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서야만 빛나는 만남도 있고 멀리 두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문득 그리운 만남도 있는 법이다.-47~48쪽
책임을 진다는 것, 목숨을 건다는 것, 시간을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8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