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X
닥터 X 지음, 양정현 옮김 / 김영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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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 있는가? 살아가면서 적어도 한 두번 이상은 병원을 드나들어봤을 것이다. 그때 마다 만난 의사들. 어떤 생각을 했는가? 누구는 친절하고 누구는 자신이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무례하고 꼴불견이더라 이런 생각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미국에서 1965년 출간 된 것을 1981년 발행했다 올해 또 재발행 한 책이다. 어째보면 지금의 의사와는 차원이 다를지도 모르지만, 조금이나마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아직도 이 책의 지은이가 누구인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한다. 자신이 1년간 병원에서 인턴을 하며 겪었던 일들을 녹음해 나중에 일기로 매일 기록을 남긴 것이라 한다. 그 만큼 현실적이고 또 자극적일지도 모르겠다.
 
1년간의 병원의 기록은 내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때로는 저것도 의사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과 극의 평가를 달리곤 했다. 의사들의 하찮은 실수로 목숨을 잃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안 되는 환자를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하는 의사들이 있고.... 보호자와 환자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나는 의료 사고들부터 시작해서 진통제에 취해 사는 간호원까지 병원의 모든 사람들이 등장한다. 물론 요즘 같이 의료분쟁이니 빈번히 일어나고, 의사에게도 책임을 확실히 묻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제외하곤 이 책을 읽는 동안 1965년 출간된 책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병원이라는 곳이, 의사라는 사람들이 결코 평범한 우리들 보다 특별나게 다르거나, 특별하게 뛰어나서 인간의 생명을 들었나 놨다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그들도 죽음의 신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평범한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분명 6년간의 힘든 의대생활을 마치고 의사라는 소명을 띄고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특권인냥 행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고, 자신의 실수를 최소하여 많은 수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제 인턴으로 의사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 인턴의 눈으로 바라본 병원. 그곳은 환상에 젖어 있는 곳도 아니고, 모두가 병원에만 오면 병이 완치되어 나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또 많은 사람들이 살아 두 발로 병원을 걸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으로 벗어나고,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정확히 꽤 뚫어 볼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의사라는 직업을 꿈꾸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 읽어 봤으면 한다. 특히나 이 책의 번역자는 성균관대 양정현 박사님으로 의사가 번역한 책인 만큼 믿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현재에 맞게 용어도 여러 번 수정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의사들이 한번쯤은 읽어봤던 책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읽어도 의사라는 직업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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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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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말을 역사학자 E.H. CARR가 남겼죠. 역사라는 것이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계속적인 상호 작용을 통해서 역사가에 의해 항상 다시 쓰여지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아주 쉽게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동학농민 운동을 예로 들어보자. 그 당시 역사에는 이렇게 기술되어 있다. 동학농민봉기(반란)라고, 하지만 지금 현시대를 살아 가고 있는 우리는 동학농민 운동을 혁명으로 알고 있다. 정치적개혁을 위한 혁명이자, 농민들이 궐기하여 부정과 외세()에 항거하였다고 보기때문에 갑오농민전쟁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이처럼 역사라는 것은 그 역사를 기술하는 역사가에 따라서 달라 질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다들 조선왕조실록이나, 조선 왕이 어떠니 하는 식의 책들은 다들 한번쯤은 읽어봤을 것이다. 우리의 역사 중에서 왕비가 한 일은 없는 걸까? 항상 왕만이 나라를 지배하고, 모든 걸 결정하고 했을까? 우리나라가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유교중심사회로 변화되고, 고려시대 대등했던 여성의 지위가 낮아지게 되면서 우리의 역사에서 전면에 등장했던 여성들이 살아지게 된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우리 조선의 역사와 함께 해온 대표적인 왕비 일곱 명에 대해서 기술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에 철저하게 적용된 것이 E.H. CARR의 말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저자가 역사적 사료를 가지고 추측성의 발언을 좀 많이 하고 있다. ~하더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추측성의 발언을 하게 된 것에는 지금껏 역사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왕비의 경우 후대의 왕이 그 기록을 삭제해 버린 것들이 많아서 기록 자체가 조금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도 한 몫을 하는 것같다. 사실, 그런 추측성의 발언이 많아서 정말 내가 이 역사를 믿어도 돼? 라는 식의 생각을 하면서도 읽었지만, 무턱대고 그런 추측을 하는건 아니니깐 믿고 읽어도 될 것 같다. 과거를 현재에 맞게 해석하는 것도 역사를 바라보는 한 관점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이 조선 역사의 흐름을 어느 정도 알겠다라는 것이었다. 일곱 왕비로 조선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대강의 흐름은 어떤 책보다 잘 이해가 됐던 것 같다. 사실 지금까지 장희빈처럼 조선 왕비를 등장시킨 몇몇의 드라마가 있기도 했지만, 이런 식의 왕비만을 기술하고 있는 책은 처음 읽어봤다. 일곱명의 왕비중에서 내 귀에 익숙한 왕비는 인수대비 한씨와 혜경궁 홍씨, 명성황후 민씨이 였기에 더 많은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을 수 있었다.

 

태조 이성계의 왕비였던 신덕왕후 강씨(태조가 새로운 국가를 여는데 큰 공을 세웠으며 방간과 방원을 자기 자식같이 키워내나, 자신의 어린 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려다 불우한 말년을 보내고 방원에 의해 역사적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게 된다),  태종 이방원의 왕비이자 세종의 어머니 원경왕후 민씨(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승리로 이끌 수 있도록 물심양면도우나, 끝에가 버림받다시피 한다. 하지만 자식복은 많았다),수양대군 세조의 아내 정희왕후 윤씨(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좌를 차지한 수양대군의 아내로, 거듭되는 자식들의 죽음으로 아픈 여생을 불심에 기대어 살아야했다),

 

추존왕 덕종의왕비이자 수양대군 세조의 첫 며느리이며, 성종의 어머니이고, 연산군의 할머니인 인수대비 한씨(몇 번의 권력의 오르내림 속에서 정말 기구한 삶을 살았다), 궁중비사 “계축일기”의 주인공이며, 선조의 왕비. 광해군의 새어머니인 인목왕후 김씨(광해군에 의해 친정아버지, 동생들, 아들까지 죽임을 당했고, 나중에 인조반정을 통해 광해군에게 복수한다.), "한중록”의 저자이며, 정조의 생모. 사도세자 장조의 왕비 혜경궁 홍씨(자신의 남편과 아들을 선택해야하는 기로에서 남편을 버린 여인이며, 결국 자신의 아들 정조까지 빼앗겨 버리는 비운의 여인이다.) 고종의 왕비이며, 흥선대원군과 권력의 암투를 버린 그녀 명성황후 민씨("나는 조선의 국모다”라는 말을 다들 한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 그리고 흥선대원군과의 권력 투쟁에서, 일본 낭인에게 목숨을 잃은 비운의 왕비이다)

 

이 책은 위의 일곱의 왕비들의 탄생부터, 시집을 가게 된 경위, 그리고 권력의 중심에서 그녀들이 했던 역할, 역사에 남긴 기록들등 그녀들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등장한다. 말이 조선 왕비 실록이 조선실록이라 해도 맞지 않을까? 왕비와 왕, 그리고 왕실의 권력투쟁이 이 책의 중심소재다. 사실,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고증을 거치려 해도 왕비들에 대한 기록이 자세히 남아 있지 않았기에, 저자의 역사적 해석이 많이 들어간 책이 바로 조선왕비실록이다. 개인적으로 역사서를 굉장히 좋아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기본적인 사료를 바탕으로 기술을 하고 있기에 이런 추측성이 절반 이상 가미된 책은 솔직히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색다른 재미가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끊임없는 우리의 상상력아니, 추리력을 자극한다고 해야 할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내가 책의 저자가 되어, 몇몇의 사료를 통해서 이럴 수도 있겠지? 이럴거야.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기 때문이다. 색다르게 왕비에 주목 한 것도 괜찮았고, 읽는 내내 조선 역사 흐름을 조금이나마 파악하게 되어서 좋았던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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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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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슬픈 추리소설은 없다! 라는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일본 추리 소설 대가의 작품이라는데, 나는 용의자 X의 헌신도 읽어보지 않았고 그의 작품을 이번에 처음 접해봤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어본 혹자는 실망스럽다. 별로다. 뻔한 이야기다 이런 식의 말을 내뱉는데, 솔직히 나는 추리 소설이 이런 가정적인 문제까지 전면에 등장시켜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에 놀랬다. 단순한 재미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현재 접하고 있는 것들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처음에는 이런 소재는 일본에서는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야 일어나겠어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특히나 자신의 부모까지 돈때문에 서슴치않고 죽이는 모습에서 굉장히 놀랬고 정말 이런 소설의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사실 책을 처음 들었을 때 앞부분에 범인이 누구인지 미리 밝히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은 거의 뻔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추리 소설인 만큼 마지막 반전은 항상 존재한다는 것! 정말 이 책을 읽으면서 추리 소설이라는 그런 흥미진지함 보다는 가슴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진 것 같다. 가족간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너무 현실적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 추리 소설은 지극히 현실에서 있음직한 소재로 글을 쓰고 있고 또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나이든 부모를 모시기 싫어하는 며느리, 그리고 그런 아내 앞에서 아무말 하지 못하는 힘없는 가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막 자라 버릇없는 중학생 아들. 치매에 걸리신 시어머니, 겉으로 보기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그래도 모시고 사는 아주 평범한 가정으로 보일뿐. 정작 그 내부에서 썩어 곪아 터지려고 하는 것을 수수방관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가족을 추적하는 외사촌 관계의 형사 둘. 한 형사의 외삼촌이자 또 다른 형사의 아버지인 사람. 그들의 관계 역시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어쩌면 내가 더 감동을 받은 것은 자신의 아버지의 바램대로, 끝까지 약속을 지켜주는 형사의 행동이었는지도 모른다. 정말 배우자가 죽었을 때 그 배우자가 했던 것을 체험해 보고 싶을까? 나는 아직 결혼조차 하지 않았기에 그런 건 정말 생각해보지도 않았지만, 거기서 묻어나오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에서 감동적일 수 밖에 없었다.

 

뻔한 스토리처럼 너무나도 슬프게 흘러가던 소설이 언젠가 반전을 만나게 되고, 거기서 우리는 감동을 느낀다. 아마 이게 이 붉은 손가락을 표현할 수 있는 한마디가 아닐까 싶다. 붉은 손가락이라는 제목의 의미는 끝에 가서야 알게 된다. 어머니가 끝까지 자신의 자식을 믿는 그 마음, 아들이 제발 다시 소중한 것을 깨달아 주었으면 하는 그 바램.. 결국에는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어머니의 가슴 속에 얼마나 큰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야할까.

 

이 소설은 우리의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서 또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이다. 겉으로 보이는 평범한 가정의 완벽한 모습이 아니라 실제로 그 속에서 함께 살고 호흡하는 가족들간의 믿음 신뢰라고 해야하나? 그런 걸 말하고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를 처음 만난 작품인 만큼 앞으로 좀 더 그의 작품을 더 접해보고 싶다. 추리 소설 한편으로 재미와 다른 부수적인 것도 얻을 수 있었던 책이다. 다른 사람들도 추리소설 속에서 그냥 웃고 넘기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얻고 싶다면 한번 읽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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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산책 - 바람과 얼음의 대륙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고경남 지음 / 북센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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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하면 가자 먼저 떠오르는 것이 거대한 빙산이다. 온통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남극, 그리고 귀여운 펭귄들 까지. 막연히 남극이라는 곳은 내가 꿈과 같은 곳이었다. 아니,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더 그곳이 나의 환상을 자극하는 곳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남극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삶을 개척해 나가는 무수히 많은 생물들과 또 우리나라 과학 발전을 위해 일하고 계시는 세종과학기지 월동대원들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의 이런 감상 때문에 세종과학기지의 월동대원들의 노고가 가려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은 남극의 아름다운 자연을 카메라 렌즈로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남극으로 가지 않을래요? 라고 묻는 것처럼 말이다. 한 마디의 말보다 사진 한 장이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사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느낌이야 말로 내가 간직해야 할 남극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에게 남극을 가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 고경남씨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서울대의대를 나와 소아과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우리 사회의 엘리트이고, 한없이 행복한 사람으로 여겨질지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느 날 인생의 나침반을 잃고 방황하다가  세종과학기지의 의료담당 모집광고를 보고 덜컥 지원하게 되어 1년을 남극의 자연과 함께 했다고 한다. 

 남극의 대륙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인류 태초와 함께 한 대륙, 그 남극 대륙이 지금껏 우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자연의 보고로, 사람들이 살아가기 힘든 혹독함이 묻어나는 그런 곳으로 기억되지는 않을까? 아니면 너무나도 맑고 깨끗한 자연이기에 티비다큐멘터리에서 봐왔던 그런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뒤덮여있는 곳으로 기억할까? 

확실히, 남극의 자연은 아름다운 것도 맞다. 그리고 혹독한 자연환경역시 맞는 말이고, 우리는 고경남씨가 담아낸 사진 속에서 과연 우리가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이며, 지금 우리가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지금 우리가 요일과 시간의 지배를 받는다며 남극은 바람과 눈의 지배를 받는다고 한다.

블리자드라 불리는 거대한 눈 폭풍은 남극을 꽁꽁 얼어붙게 하고 다른 사람들이 꼼짝 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남극에서 이 블리자드보다 더 무서운 것은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란다. 모든 일이 닥쳤을 때 자기 혼자 해내야하는 그 두려움, 그리고 쓸쓸함, 공허함.... 이 모든 것을 남극에서도 서울에서 느꼈단다. 자기 자신을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남극에도, 서울에도 부는 블리자드가 아니라 바로 자기 마음속에 부는 블리자드란다. 

 
혹시 우리들도 우리 마음속의 블리자드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는 않을까?

남극에서는 귀여운 펭귄들, 식물들, 새들... 그리고 거대한 빙산과 수없이 많은 유빙들까지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들이 참 많다. 하지만 그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도, 생명의 연장도 모든 것을 경험하게 된다. 

 
살기 위해서 펭귄새끼를 잡아먹는 스쿠아부터 얼음판위에서 알을 부화 시키겠다고 두달을 굶는 황제펭귄 아빠까지... 생명의 소중함과 생명의 경건함을 우리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 남극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사진들과 편안한 글들.... 덕분에 내 마음에 불고 있는 블리자드가 수그러드는 것 같다. 

 
영하 40℃의 남극, 서울에서 17,240km 떨어진 남극으로 함께 여행가지 않을래요?

 

+)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랍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늘 뭔가 욕심에 시달렸다. 남극에 오면 마음을 다 비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는 내가 본 풍경을 다 소유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셔터만 자꾸 누른다.(중략) 그 아침의 신비로웠던 바다를 다시 떠올리고 싶은데, 결국은 사진만 남았다. 사진은 기억을 가져가고, 기억의 증거만 남겨둔다.



다들 이런 경험 한번쯤은 없나요? 주객이 전도되는 듯한 느낌.... 저는 참 많았답니다. 추억의 증거를 나기기보다는 그 추억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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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빨래를 훔친 엄마 트롤 - 스웨덴 편 세계의 전래동화 (상상박물관) 2
안나 발렌베리 지음, 욘 바우어 그림, 박인순 옮김, 엄해영 감수 / 상상박물관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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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라는 나라는 사실 이름만 몇 번 들어 본 유럽의 한 국가이다. 이번에 왕의 빨래를 훔친 엄마 트롤은 스웨덴의 전래동화 8편을 묶어 놓은 책이다. 책 표지에 보이는 머리가 더부룩 늙은 트롤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꼭 어린 시절 티비에서 혹은 책에서 봤던 서양의 마녀 같은 느낌이다.

처음 트롤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트롤이 무엇인가 했는데, 트롤은 우리나라에 고전에 등장하는 도깨비와 마찬가지로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이라고 한다. 북유럽의 신화에 트롤은 세상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던 신들과 대결을 펼치는 용맹한 거인들이라고 한다. 하지만 차츰 기독교에 의해 힘을 잃고 깊은 숲속에서 힘들게 목숨을 연명하는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겉으로 무시무시하고 두렵게만 생긴 트롤, 과연 스웨덴 전래동화에는 어떻게 등장할까? 사실 8편의 동화속에 등장하는 트롤은 그렇게 무섭지도 않았고 읽으면서 살짝 웃고 넘어갈 정도가 맞다고 해야하나? 어딜 가나 이런 전래동화는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벗어나지 못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착한 사람에게는 한없이 착할 수밖에 없는 트룰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 수준에 맞게 내용도 괜찮고 활자 크기도 적당한 것 같아서 읽기에는 참 좋았다. 특히나 많이 길지도 많은 단편의 이야기 들을 모아놓았기에 한편씩 시간 날 때 별 부담 없이 읽으면 될 것 같다. 총 8편의 동화 중에서 트룰이 등장하지 않는 편이 3편이 있는데, 마법사의 망토, 왕의 선택, 꼬리에 소금이 묻은 까치가 있다. 한편 한편 읽으면서 교훈을 찾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두 편을 소개 하자면, 왕의 선택과 겁 없는 소년편이다.

왕의 선택은 왕이 전쟁터에 나가는데 자신이 없는 동안 어느 대신에게 나라를 맡겨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때 성의 정령이 나타나 수상이 될 사람을 고르는 방법을 말해준다. 그 방법이 여섯 대신들을 황금 돛단배에 태워 강 하류의 평원까지 내려오게 하여 그곳에서 배가 기울어지게 하여 왕 자신이 누추한 나무꾼으로 변하여 그들을 구해주고 몇일후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하는 것이였다. 그와 동시에 같은날 궁궐에서도 파티를 열었다. 그중에 나이가 제일 어린 대신만이 먼저 한 나무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궁궐 파티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그 나이 어린 대신에게 나라를 맡긴다는 내용이었다.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와의 약속을 지켜야한다는 그 모습에서 우리는 또 한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겁 없는 소년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야기 이다. 가난한 농부의 암소 하얀백합과 그의 아들 니세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얀백합은 최상의 우유를 생산하고 참 똑똑한 암소였는데 어느 날 트롤에게 잡혀 가 버리고 만다. 그걸 니세가 찾으러 나서는데, 니세는 겁이 참 없다. 왜냐하면 니세가 살아있는 모든 생물에게 친절하고 상냥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니세를 헤치지 않았다. 중간에 만난 마녀도, 숲속의 감시견도, 곰도 니세를 결코 해치지 못했다. 니세가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자신을 괴롭히려했던 자기들에게도 친절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트롤에게서 하얀 백합을 데려올 때도 그 세 사람이 도와준다. 그리고 끝까지 니세는 트롤을 너무 많이 괴롭히지 말라는 말을 한다. 정말 사람 사이에서도 이렇게 선한 마음을 가지고 친절하게 대한다면 어느 누구도 미워하지도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8편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스웨덴 전래 동화 덕분에 오늘 참 기분이 좋다. 이런 아이들 책을 읽다보면 계산적인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서 그래서 마음이 편하다. 아이들이 읽기에도 적당하고 또 이런 아이들 동화를 좋아한다면 한번 읽어봤으면 한다. 하지만, 스웨덴 전래동화니깐 특별하겠지, 이런 생각은 금물이다. 별로 기대를 하지 않고 읽어야 더 좋은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싶다^^ 기대하지 않고 읽었을때 오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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