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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이에스시 -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
<Esc>를 만드는 사람들 엮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ESC. 나는 살면서 ESC를 눌러본 적이 별로 없는 것같다. 물론 컴퓨터 자판에서는 빼고 말이다.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이라는 부제 앞에서 ESC는 정말 내게 큰 기대감을 주었고, 또 그 기대감에 어느정도 부응한 것은 사실이다.
상당히 독특한 잡다한 내용들을 이 책 한권에 담고 있기때문에 다양한 소재거리를 접할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내가 알지 못했던, 도시에서 바람 쐬는 법, 즐거운 일상 놀이법 등은 충분히 흥미를 끌기에 적당했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산만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지루한 일상에 또다른 활력이 될만한 그런 엄청난 걸 기대하셨다면 그냥 책을 살짝 덮어주는 것이 좋을 것같다. 엄청난 것은 이책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독특함은 존재한다. 그리고 또 평범함도 존재하고 말이다. 뭔가 모순된 두가지가 공존하는 책이 바로 ESC다. 한겨레 신문에 주말에 연재되고 있는 ESC 컨텐츠 중 일부를 추려서 실고 있다고 한다. 물론, 나는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말이다.
일상에 지치고 힘든 현대인들에게 차 한잔의 여유를 생각나게 해주는 책이 이 책이 아닌가 싶다. 공항이야기나 동물원이야기 그리고 테마 파크, 홍대까지 너무나도 평범하다 싶을 정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안에는 그들 만의 방식으로 이 곳들을 즐기는 방법들이 수록 되어 있다. (특히나, 공항에서 잠을 자는 방법의 소개는 너무나도 신선했던 것 같다.) 그리고 즐거운 일상의 놀이법으로 세컨드 라이프나 노트북, 카메라, 속옷다이어리, 문방구 탐험안내서, 부억, 와인까지 한번쯤은 모두들 해봤을 법한 그런 놀이(?)들을 담고 있다.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코끼리가 들려주는 동물원의 역사 였다. 혹시 언제 동물원의 역사에 대해서 생각해본적이 있는가? 난 단연코 한번도 없었던 것같다. 그냥 동물원 하면, 아~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포유류나 조류등의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지. 이렇게 하고 끝냈던 것이 전부였던 것같다. 하지만 동물원의 역사를 알게 된 지금은 동물원을 보더라도, 아 동물원에는 이런 독특한 동물들이 살고 있었지, 아 동물원은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었지 하고 조금은 설명을 할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일상에서는 그냥 지나치고도 남았을 이야기들이 결코 이 책에서는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리고 문방구 탐험은 내게 또다른 향수를 불러오기에 적당했다. 어릴 적 봤던 문구 용품들, 그 속에서 우리 자신들이 함께 했던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와인에 대한 설명은 요즘 처럼 와인을 쉽게 접하는 사람들에게 꽤나 도움이 될것 같다.
또한 사이드로 등장하는 항공사진찍기, 저가항공으로 세계일주하기, 신세대 채팅용어, 와인 고르는 방법, 세계의 다양한 폭탄주 제조법, 나이트댄스 배우기, 향식료사전, 올바른 속옷 착용법까지 눈에 띄는 이야기들이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것도 굉장히 마음에 든다. 부록으로 키워드 100개에 따라 ESC 트렌드에 대한 설명 역시 눈길을 끈다.
지루한 일상의 탈출, ESC와 함께 해보는 것도 꽤 괜찮을 것같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또 함께 공감할수 있는 책이 ESC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