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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모든 것은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18
브라이언 멜로니 글, 로버트 잉펜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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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어른들을 연이어 보낸 후 한동안 아이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진 적이 있었다. 장례식을 치르는 어른들 곁으로 다가오지도 못한 채 친척 아이들과 저만큼 물러서서 바라본 '죽음'이란 세계가 결코 유쾌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어린 나이에 했던 모양이었다. 죽음에 대해 아이에게 설명을 해주면서도 좀더 쉽게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는 그림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무렵, 이 책 <살아 있는 모든 것은>을 발견했다.

브라이언 멜로니가 글을 쓰고 로버트 잉펜이 그림을 그린 <살아 있는 모든 것은>을 처음 읽었을 때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른다. 이렇듯 쉽게,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게 삶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해주는 그림책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브라이언 멜로니는 살아 있는 모든 것엔 시작과 끝이 있으며, 생명은 그 사이에만 살고 있는 것이란 사실을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시작과 끝, 그 사이에만 살고 있기 때문에 생명은 영원할 수 없으며 살아 있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따라 오래 살기도 하고 짧게 살기도 한다고.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얼마나 오래 사는가는 저마다 다르다. 오백년이 넘게 사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스무날 정도만 살 수 있는 나비가 있고, 하루만 사는 물고기가 있는가 하면 팔구십 년이나 사는 물고기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도 살아 있는 모든 것들처럼 수명이 있다. 육칠십 년 정도 되는 그 기간 사이에 태어나고 자라서 어른이 되지만 그 사이에 앓기도 하고 다치기도 하면서 더 이상 못 살게 될 때도 있다. 브라이언 멜로니는 아주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하며 이렇게 마무리짓는다. 슬프지만 모든 생명엔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이며 그 사이에만 살고 있다고.

로버트 잉펜의 그림 역시 삶과 죽음의 두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세밀화로 그려진 그림들은 살아 있는 모습을 지니고 있기도 하고 죽어 있는 모습을 보여줄 때도 있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생명과 죽음을 보여주는 잉펜의 그림들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살아 있는 목숨에 대한 존경심을 지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풀도, 사람도, 새도, 물고기도, 토끼도, 아주 작은 벌레라 할지라도 이 세상에 속하는 모든 것이 시작과 끝 그 사이에서 살아 있기에.

우리 아이들이 <살아 있는 모든 것은>을 읽으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존중심에 대해 배워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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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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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전신이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에 걸린 노교수가 한 제자에게 들려준 이야기들을 정리한 책이다. 모리 슈워츠 교수는 브랜다이즈 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모리 슈워츠에게 불치의 병이 찾아온다.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이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노교수 또한 죽음에 대한 충격에 휩싸인다. 하지만 곧 그 충격을 떨쳐버린 그는 오히려 자기의 죽음에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된다. 세상 누구도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면 차라리 그 죽음을 가치있는 일로 승화시키자고. 스스로 연구대상이 될 터이니 '생명이 사그라드는 나를 연구하시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시오. 나와 더불어 죽음을 배우시오'라고.

대학을 졸업하고 한동안 돈을 버는 일에만 정신을 빼앗겼던 모리 슈워츠의 제자 미치 앨봄은 어느날 TV에서 그의 스승을 발견하게 된다. 죽음을 목전에 둔 스승. 하지만 죽기 전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지니고 있고 죽음에 직면해서 더 투명해진 생각들을 주위의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스승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스승을 찾아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미치 앨봄이 매주 화요일, 삶과 죽음, 그 사이에 있는 다리를 천천히 걸어가는 모리에게 들었던 열 네 번의 인생 강의록을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모리에게 물어보고 듣고 싶었던 것들, 죽음, 두려움, 나이가 든다는 것, 탐욕, 결혼, 가족, 사회, 용서, 의미있는 삶 등의 주제를 앞에 놓고 모리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내 지난 삶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가까운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나서도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선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만약 내가 내일 죽는다고 한다면 난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지. 지금 내가 추구하고 있는 내 삶의 목표들은 과연 내 인생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이지. 책을 덮은 후에도 모리 교수의 말이 여전히 머리 속을 맴돈다.

'의미없는 생활을 하느라 바삐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자기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느라 분주할 때조차도 반은 자고 있는 것 같다구. 그것은 그들이 엉뚱한 것을 쫓고 있기 때문이지. 자기의 인생을 의미있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바쳐야 하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헌신하고, 자신에게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데 헌신해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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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1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0년 1월
평점 :
합본절판


'어린아이의 마음과 철학자의 지혜를 가진 작가', '글을 쓰는 작가라기보다 꿈을 쓰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다시 읽었다. 쪽지에 적어 두었던 '어떤 소년이 책을 읽다가 책 속에 있는 이야기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는 메모를 바탕삼아 쓰여진 이 작품에서 미하엘 엔데는 책 속, 환상세계로 들어간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가 환상세계를 구하고 다시 현실세계로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주위로부터 따뜻한 시선을 받지 못하고 책과 이야기를 통해서만 위안을 느끼는 바스티안. 어느 날 고서점에서 <끝없는 이야기>라는 책을 발견한 바스티안은 주인 몰래 책을 훔쳐선 수업도 빠진 채 학교 창고에서 책을 읽는다. 아트레유와 행운의 용 푸후르의 모험담인 <끝없는 이야기>가 실은 위험에 처한 환상세계를 구하기 위해 현실 세계의 누군가, 바로 자신을 부르는 행위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바스티안은 파괴되기 일보 직전의 환상세계를 구하기 위해 책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어린 여제의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환상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현실세계의 스스로에 대한 애정이 없었던 바스티안은 소원하는 바가 그대로 이루어지는 환상세계의 세계로 점점 깊이 빠져들어간다. 소원이 이루어질 때마다 현실세계에 대한 기억도 하나씩 사라져갔지만 현실세계로 돌아가야 된다는 사실조차 외면한 채 소원을 꿈꾸고 이루는 일에 몰입한 바스티안에겐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소원은 현실세계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해서만 이루어지며 현실세계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인간은 더 이상 소원을 이룰 수도 없고 다시는 현실 세계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바스티안이 알게 되었을 때 그에게 허용된 소원은 몇 가지 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한다는 진정한 소원을 발견했을 때는 자신의 이름마저 잊어버린 상태였던 바스티안은 아트레유와 행운의 용 푸후르의 도움으로 생명의 물을 마시고 현실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생명의 물은 바스티안 자신을 변화시켰고 그의 아버지를 변화시켰으며 주위의 사람들을 변화시킬 것이었다.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어린 여제가 다스리는 환상세계는 책 속에 펼쳐진 세계이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의미한다. 점점 커져가는 '무'에 의해 시작된 환상세계의 파괴는 꿈과 이야기를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메마른 삶을 표현하는 것에 다름아닐 것이다. 환상 세계를 구할 임무를 부여받은 바스티안의 여행담은 메마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다 풍성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준다. 바스티안처럼 우리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 '끝없는 이야기', 즉 환상과 꿈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꿈과 환상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할지라도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늙은 황제들의 도시'에 머문 사람들처럼 언젠가는 자신의 진정한 소원은 무엇이며 어떻게 실현시켜야 할지 망각하게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꿈과 환상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고 함께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엔데가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엔데는 독자들이 환상의 세계를 한걸음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두 가지 색깔의 글씨- 현실세계의 바스티안 이야기는 붉은색 글씨로, 환상세계의 이야기는 초록색 글씨로 구분해서 인쇄했다. 알파벳 26개가 들어간 삽화 또한 엔데의 신비로운 이야기처럼 독자들을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엔데가 원했던 대로 번역본 역시 구릿빛 비단 표지에 놋쇠 단추를 달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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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산
파울로 코엘로 지음, 황보석 옮김 / 예문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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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하나님과 힘을 겨루는 야곱 이야기가 나온다. 야곱은 자신의 상대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힘겨루기를 멈추지 않는다. 야곱은 대결상대가 하나님이라는 걸 알면서도 왜 힘겨루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성경은 왜 그 사실을 기록했을까. 『다섯번째 산』의 작가는 하나님과의 힘겨루기가 때로는 필요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하나님과의 힘겨루기를 통해서 비로소 한 민족의 시조가 될 수 있었던 야곱. 그에게 하나님과의 대결은 마땅히 이겨내야 할 하나의 시련이었던 셈이다.

경우야 다르겠지만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수많은 시련과 비극을 겪게 된다. 가혹한 운명의 채찍은 나 하나에만 내리쳐지는 것도 아니고 그 채찍을 피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없다. 문제는 각자에게 주어진 그 운명의 시련을 어떻게 이겨내는가 하는 것이다. 운명에 굴복해 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운명에 대항해 싸웠지만 실패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운명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영위해 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차이는 운명을 대하는 각자의 태도에서 결정되어진다.

파울로 코엘로의 <다섯번째 산>은 이처럼 가혹한 운명의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었던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주인공은 기원전 870년대 이스라엘의 선지자로 활약했던 엘리야이다. 파울로 코엘로는 엘리야를 통해 사람들이 시련을 겪어야 하는 까닭과 그 시련을 통해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그건 누구나 비극을 겪지만 그 비극을 하나의 도전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그 시련을 이용할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엘리야는 시련을 통해 비극을 통해 삶의 의미를 묻는 '하나님'에게 어떻게 답해야 될지는 모르는 사람은 체념하고 포기하겠지만,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은 하나님이 부당했다고 느끼면 자신의 운명에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람은 자기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원전 870년대를 배경으로 종교와 신앙심, 교역, 문자, 도시의 파괴와 재건에 이르기까지 <다섯번째 산>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은 참 다양하다. 하지만 작가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인간에게 닥친 시련과 그 극복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엘리야가 이런 말을 했다. '살다보면 고난의 시기가 있기 마련이고 우리는 그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시련을 겪기 전에도, 아니 그 시련을 겪는 중에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다만 우리가 그 시련을 극복한 뒤에야 왜 그런 시련이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이겨낸 뒤에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삶의 의미. 이것을 위해 우리는 수많은 시련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사회 분위기가 많이 뒤숭숭하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구성원에게 경제적인 어려움은 견디기 힘든 시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그건 일시적인 일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그 피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교훈은 영속적인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일을 만나 힘들고 어려울 때, 희망과 의지로 새로운 삶을 이루어나가는 건 결국 우리 각자에게 달린 문제이다. 힘든 처지의 사람들에게 한 권의 책이 뭐 그리 큰 도움이 되겠는가만, 의지와 인내, 희망을 가지고 시련을 이겨낸다면 우리에게 또 다른 삶의 의미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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