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베르 씨
장 자끄 상뻬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9월
평점 :
품절


1960년대 프랑스 식당을 배경으로 샐러리맨들의 일상을 담아낸 책이다. 각 요일이면 늘 같은 음식이 나오는 피가르 식당엔 또 늘 같은 손님들이 모여서 식사를 한다. 화제도 정치와 축구 이야기 뿐. 좀 독특한 인물이 있다면 식당에까지 일감을 가져와선 시간이 없다고 투덜대는 카즈나브씨 정도라고 할까.

그런 어느날 식당에 작은 사건이 벌어진다. 식당 손님의 한 명인 랑베르씨에게 연인이 생긴 것. 랑베르씨의 사랑을 계기로 식당 풍경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물론이다. 축구이야기로 점심 시간을 보내던 랑베르씨의 일행들은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연애담을 끄집어 내며 잠시나마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릴 수 있게 되고, 랑베르씨의 변화를 보면서 정치 이야기에 몰두하던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도 정치 이야기를 접어두게 된다.

랑베르씨가 어떤 사랑을 하는지는 나타나 있지 않다. 식당 손님들에게 잠시 변화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던 그 사랑은 갑자기 찾아왔던 것처럼 갑자기 사라져 갔고, 식당엔 예전과 다름없이 정치와 축구 이야기들만이 떠돌아다닌다.

1960년대 프랑스 파리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그림이야기 <랑베르씨>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무대는 피가로 식당이고 등장인물은 샐러리맨인 식당 손님들과 웨이트리스 뤼시엔이며 사건은 랑베르씨의 사랑이야기.

글보다는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상뻬의 책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색다를 수도 있고,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의 일상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설렘들을 잡아내는 상뻬의 삽화들은 글 속에서 느끼는 감동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시시콜콜한 사랑이야기도 아니고, 프랑스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장황한 글도 아니고, 그렇다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지닌 만화도 아니지만 <랑베르씨>를 읽고 난 느낌은 상큼한 레몬티 한 잔을 마신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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