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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산
파울로 코엘로 지음, 황보석 옮김 / 예문 / 199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성경에 하나님과 힘을 겨루는 야곱 이야기가 나온다. 야곱은 자신의 상대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힘겨루기를 멈추지 않는다. 야곱은 대결상대가 하나님이라는 걸 알면서도 왜 힘겨루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성경은 왜 그 사실을 기록했을까. 『다섯번째 산』의 작가는 하나님과의 힘겨루기가 때로는 필요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하나님과의 힘겨루기를 통해서 비로소 한 민족의 시조가 될 수 있었던 야곱. 그에게 하나님과의 대결은 마땅히 이겨내야 할 하나의 시련이었던 셈이다.
경우야 다르겠지만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수많은 시련과 비극을 겪게 된다. 가혹한 운명의 채찍은 나 하나에만 내리쳐지는 것도 아니고 그 채찍을 피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없다. 문제는 각자에게 주어진 그 운명의 시련을 어떻게 이겨내는가 하는 것이다. 운명에 굴복해 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운명에 대항해 싸웠지만 실패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운명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영위해 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차이는 운명을 대하는 각자의 태도에서 결정되어진다.
파울로 코엘로의 <다섯번째 산>은 이처럼 가혹한 운명의 시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었던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주인공은 기원전 870년대 이스라엘의 선지자로 활약했던 엘리야이다. 파울로 코엘로는 엘리야를 통해 사람들이 시련을 겪어야 하는 까닭과 그 시련을 통해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그건 누구나 비극을 겪지만 그 비극을 하나의 도전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그 시련을 이용할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엘리야는 시련을 통해 비극을 통해 삶의 의미를 묻는 '하나님'에게 어떻게 답해야 될지는 모르는 사람은 체념하고 포기하겠지만,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은 하나님이 부당했다고 느끼면 자신의 운명에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람은 자기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원전 870년대를 배경으로 종교와 신앙심, 교역, 문자, 도시의 파괴와 재건에 이르기까지 <다섯번째 산>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은 참 다양하다. 하지만 작가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인간에게 닥친 시련과 그 극복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엘리야가 이런 말을 했다. '살다보면 고난의 시기가 있기 마련이고 우리는 그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시련을 겪기 전에도, 아니 그 시련을 겪는 중에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다만 우리가 그 시련을 극복한 뒤에야 왜 그런 시련이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이겨낸 뒤에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삶의 의미. 이것을 위해 우리는 수많은 시련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사회 분위기가 많이 뒤숭숭하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구성원에게 경제적인 어려움은 견디기 힘든 시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지만 그건 일시적인 일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그 피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교훈은 영속적인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일을 만나 힘들고 어려울 때, 희망과 의지로 새로운 삶을 이루어나가는 건 결국 우리 각자에게 달린 문제이다. 힘든 처지의 사람들에게 한 권의 책이 뭐 그리 큰 도움이 되겠는가만, 의지와 인내, 희망을 가지고 시련을 이겨낸다면 우리에게 또 다른 삶의 의미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