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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황금알을 낳을거야
한나 요한젠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5월
평점 :
한나 요한젠이 글을 쓰고 케티 벤트가 그림을 그린 <난 황금알을 낳을 거야>는 소망을 품고 꿈을 이루어가는 꼬마 닭의 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그렇고, 영화 <치킨 런>도 그렇다. 소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동물로 왜 닭을 택했을까. 작가들의 생각이야 모르겠지만, '알'을 깬다는 의미, 날지 못하지만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점, 횟대위에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닭의 모습 등이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어쨌든 한 농장에 닭장이 있었다. 모두 3,333 마리의 닭이 수용돼 있는 그곳은 너무 좁아 닭들이 서 있기도 힘들다. 워낙 많은 닭이 있어 알을 낳아도 별 반응을 얻지 못하는 그곳에 꼬마 닭이 있었다. 빨리 자라서 다른 닭들처럼 알을 낳기를 바라는 꼬마 닭. 하지만 꼬마 닭에겐 다른 닭들과는 다른 소망이 하나 있었다. 황금알을 낳겠다는 것. 꼬마 닭의 소망은 당연히 다른 닭들의 비웃음을 산다. 황금알이라는 것 자체가 실현성이 없는데다가 황금알을 낳을 때까지 꼬마 닭이 배우겠다는 노래, 헤엄, 날기가 가당치 않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꼬마 닭은 주위 닭들의 비웃음엔 아랑곳없이 소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꼬꼬댁 꼬꼬'에 불과할지라도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연못에 발을 담그는 것에 그칠지라도 헤엄치는 걸 배우고, 두엄 더미 위에서 폴짝 뛰어내리는 것과 다를바 없어도 날기를 배운다. 그 소망들을 이루어나가면서 꼬마 닭은 좁은 닭장을 벗어나 푸른 밀밭과 오리들이 노니는 연못과 두엄 더미 위까지 점점 넓은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꼬마 닭의 뒤를 따라다니기만 하던 다른 닭들은 덩달아 넓은 닭장을 지니게 되었고.
좁은 세상에 안주하지 않고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줄 알았던 꼬마 닭. 덕분에 넓은 닭장 속에서 지내게 된 다른 닭들은 이제 꼬마 닭이 정말 '황금알'을 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니게 된다. 그래서 알을 낳을 수 있게 된 꼬마 닭이 알을 낳을 때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꼬마 닭이 낳은 것은 황금알이 아닌 매끈매끈 한 갈색알이었다.
꼬마 닭은 황금알을 낳지는 못했다. 하지만 꼬마 닭의 소망은 좁은 닭장 속을 나오면서 이루어진 것 아니었을까. 다른 닭들이 좁은 닭장 속에 안주하고 있을 때 꼬마 닭은 소망을 품고 세상 속으로 걸어나왔다. 그래서 다른 닭들에게 좁은 닭장과는 너무도 다른 세계를 소개해 주었다. 푸른 밀밭, 오리들이 노니는 연못, 두엄 더미에 이르는 넓은 닭장은 꼬마 닭의 시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물론 꼬마 닭의 시도 속엔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을 것이다. 닭들이 돌아다니는 걸 못보는 농장 주인도 있었고, 연못 속에 빠질 수도 있었고, 책 속엔 나오지 않지만 닭을 노리는 야생 동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위험 때문에 세상을 향해 나가지 못한다면, 세상을 향해 나갔을 때 얻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꿈을 이루기까지의 희망과 도전과 용기 모두 말이다. 아이들에게 꿈과 소망에 대해 말해주는 좋은 책인데도 그리 널리 소개되지 않아 아쉽게 느껴지는 책이다. 책 마지막 그림이 여운을 준다. 꼬마 닭의 소망은 황금알 낳는 것으로 끝났을까?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해보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