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아이들 - 아동 문학 이론의 새로운 지평 현대의 문학 이론 31
마리나 니콜라예바 지음, 김서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8년 4월
평점 :
절판


<용의 아이들>이라는 아동문학 이론서가 번역되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무척 궁금했다. '용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이 일단 흥미를 끌었고, 비교적 최근에 발표된 아동문학 이론서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읽기가 그다지 수월하진 않다는 주위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이 책을 구입하게 된 이유다.

그런데 책을 다 읽은 지금 다른 사람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이론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아이들 책을 읽는 걸 좋아해 조금 진지하게 아동문학을 대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리아 니콜라예바는 스웨덴의 문학이론가이다. 그것도 기호학을 공부한 사람.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아동문학의 특성상 간과되기 쉬운 문학성에 중점을 두고 싶어서였다. 이를 위해 기호학 이론을 빌려와 아동문학 작품을 분석하는데, 일단 이 이론과 용어들이 문학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너무 생소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문학공부를 했다고 하더라도 깊이있게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면 역시 생소하게 다가올 터이고.

또 하나 문제점은 책에서 분석하는 작품들 중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용어나 이론이 생소하더라도 작품을 읽었다면 이해가 쉬웠을텐데 작품마저 읽은 게 제대로 없다보니 책을 읽어나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미하엘 엔데, 에디스 네즈빗, 수 타운젠드 등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중점적으로 분석하는 작가들 작품은 한 편도 번역된 게 없었으니...

전문가들이 보는 책이라는 걸 알았다면 이렇게 쉽게 책을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오류를 범하게 된 데엔 제목이 큰 역할을 했다. '용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은 전문적인 문학이론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보단 흥미진진한 문학이론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더 들게 만든다. 문학이론이니 쉽진 않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렇다고 읽어내지 못할 만큼은 아니란 생각이 들게 만든다는 말이다. 번역자가 새로운 문학이론을 소개하는 데 너무 중점을 둬 일으킨 실수 아닌 실수라고 봐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외국 작품 제목을 직역한 경우이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들 중 번역서 제목과 직역 제목이 달라 혼돈을 불러 일으키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이런 경우 번역서 제목을 달아 주는 게 독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서를 직접 보지 못하는 한 번역서를 읽어야 되는데 번역서와 소개된 작품 제목이 달라 같은 작품을 다른 작품으로 오인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어쨌든 힘들게 한 권의 책을 읽긴 했는데,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그나마 대학시절 주워들은 이론들이 있어 남들보다 수월하게 봤지만, 그렇지 않은 주위사람들은 다 중도에 포기했기 때문이다. 독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책이 없지 않지만, 이 정도면 심하지 않을까.
바램이 있다면 이 책이 재판될 때 부디 제목을 바꿔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아이들 책을 읽다보니 아동문학 이론에 관심이 생겨 조금 전문적으로 책을 읽으려고 하는 엄마들이 혹하지 않을 제목으로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들은 소개된 책 이름으로 수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판본이 여러 개 있는 것도 아닌데 원서 이름을 직역할 필요는 없었을텐데...

대신 아동문학이론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큰 산을 넘는다는 기분으로 꼭 도전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다. 아동문학이론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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