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브라운, <다 빈치 코드> 1, 2, 베텔스만 코리아 2004

2권
p.49
이천 년에 걸친 물고기자리의 시대는 끝이 났어요. 물고기는 예수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지. 물고기자리의 이상은 '인간은 더 높은 힘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지시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믿는 것이오. 그래서 지난 이천 년은 강렬한 종교의 시대였지. 하지만 이제 우리는 물병자리에 들어서고 있어요. 물을 가진 자라는 뜻이지. 물병자리의 이상은 '인간이 진실을 배울 수 있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존재'라고 주장하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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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스 노테봄, <의식>, 훈민정음 1997

p33
새 사랑은 옛 사랑을 불태워 버리는 화장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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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전2권, 민음사 2004

1.

p.84

티무르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200년이나 된 책들, 호기심 많은 비회교도들이 금 덩어리를 내놓고 자기 나라로 가져간 책들을 생각할 때면 나는 가슴 두근거리는 희열로 몸이 떨리곤 한답니다. 어쩌면 나의 이야기도 언젠가, 아주 먼 곳에 사는 누군가에게 전해질지도 모르니까요. 사람들이 책 속에 기록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술탄들과 대신들이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들에게 바쳐질 책을 만드는 자에게 아낌없이 황금 자루를 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겁니다. 한 쪽 눈으로는 책 속의 삶을, 다른 한쪽으로는 책 밖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그 아름다운 여자들처럼. 나 역시 언제 어디에서일지는 모르지만 나를 바라보는 여러분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나는 아름답고 영리하며 여러분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때때로 한두 가지 사소한 거짓말을 하지만, 그건 여러분께서 나를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p.101

나는 그에게 아랍의 사막에서는 눈이 아야 소프야 사원에 내리듯이 그냥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추억의 위로 내린다고 말해 주었다.

p.102

세밀화가 대부분 동네 구멍가게 주인이 누구인지, 이웃이 야채 가게 주인과 왜 다투었는지, 요즘 빵 값은 얼마인지 같은 것들은 전혀 모르면서도, 타브리즈나 카즈빈, 시라즈 그리고 바그다드에서 누가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어떤 칸이나 샤, 술탄과 왕자들이 책을 위해 얼마나 돈을 쓰는지는 잘았다.

p.110

그림은 이성의 침묵이며 응시의 음악이다.

p.111

전정한 화가와 재능 없고 신앙심 없는 화가를 구분하는 유일함 판단 기준은 없다네. 그것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 그러나 화가가 우리의 예술을 위협하는 악에 대항하기 위해 어떤 윤리와 기법을 따라는 가는 중요하지.

p.141

그림은 신의 기억을 되찾는 것이며, 세상을 그가 본 대로 다시 보는 것을 뜻합니다.

2.

p.162

밤마다 이 물건들의 영혼이 속삭이며 말을 건답니다.

p.288

환상을 꿈꾸지 않으면 시간은 결코 흐르지 않는다.

p.329

그의 영혼의 은밀한 구석에 가장 행복한 정사의 순간조차 그를 우울하게 만드는 어떤 슬픔의 정령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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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제이 스타시우크, <나는 어쩌다 작가가 되었나>, 새물결 2005

p.229-230
나는 위에서 우리의 도시를 내려다보며 더이상 높이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제 내려가서 작가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 달 뒤 나는 실제로 작가가 되었다. 아, 참, 빠뜨린 것이 있다. 우리는 위로 올라가지 전에 술병들을 밑에 그냥 두고 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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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꾿빠이 이상>, 문학동네 2001

p.137
사람의 운명이란 구슬치기 게임과 같다고 이상은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 운명의 구슬치기는 얼마나 가혹한 게임인가? 한 번의 구슬이 튀어나갔다. 이상이 죽고 난 뒤, 권순옥은 정인택을 따라 북으로 가고 변동림은 김환기를 따라 뉴욕으로 갔다. 또 한 번의 구슬이 튀어나갔다. 1953년 정인택이 병으로 죽으면서 권순옥을 부탁해 가족은 서울에 남겨둔 채 단신월북한 박태원은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권순옥과 재혼했다. 변동림은 필명을 향안으로 바꾸고 김환기의 성을 따 김향안이라 했다. 1970년대 말, 숙청됐다가 다시 복권된 박태원이 전신불수에 실명한 눈으로 <갑오농민전쟁>을 구술할 때, 권순옥은 옆에서 박태원이 부르는 단어 하나하나를 받아 적었다. 김환기가 뉴욕에서 어렵사리 그림에만 몰두할 때, 생계와 대외생활을 도맡아 한 사람이 김향안이었다. 김향안이 아니었더라면 김환기의 작품세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갑오농민전쟁> 마지막 권을 펴낼 때, 박태원이 지은이 난에 아내 권순옥의 이름도 함께 넣자고 주장해 받아들여졌다. 이는 자신이 죽고 난 뒤에도 권순옥이 작가 대우를 받으며 말년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게 하기 위한 배려였다. 1930년대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사람을 사랑했던 두 여인이 운명의 구슬이 투겨질 때마다 전혀 다른 삶을 향해 달려갔다. 이런 운명을 두고 가혹하다 하지 않으면 무엇이 더 가혹하랴!

p.140
일본 시인 기타하라 하쿠슈이 시 <세월은 가네>가 혀끝에 맴돌았다.

세월은 가네
빨간 증기선의 뱃머리 지나가듯
곡물 창고 위에 저녁놀 달아오르고 검은 고양이 귀울림 소리 어여삐 들리듯
세월은 가네
어드덧
부드러운 그늘 드리우며 지나가네
세월은 가네
빨간 증기선의 뱃머리 지나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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