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전2권, 민음사 2004

1.

p.84

티무르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200년이나 된 책들, 호기심 많은 비회교도들이 금 덩어리를 내놓고 자기 나라로 가져간 책들을 생각할 때면 나는 가슴 두근거리는 희열로 몸이 떨리곤 한답니다. 어쩌면 나의 이야기도 언젠가, 아주 먼 곳에 사는 누군가에게 전해질지도 모르니까요. 사람들이 책 속에 기록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술탄들과 대신들이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들에게 바쳐질 책을 만드는 자에게 아낌없이 황금 자루를 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겁니다. 한 쪽 눈으로는 책 속의 삶을, 다른 한쪽으로는 책 밖의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그 아름다운 여자들처럼. 나 역시 언제 어디에서일지는 모르지만 나를 바라보는 여러분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나는 아름답고 영리하며 여러분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때때로 한두 가지 사소한 거짓말을 하지만, 그건 여러분께서 나를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p.101

나는 그에게 아랍의 사막에서는 눈이 아야 소프야 사원에 내리듯이 그냥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추억의 위로 내린다고 말해 주었다.

p.102

세밀화가 대부분 동네 구멍가게 주인이 누구인지, 이웃이 야채 가게 주인과 왜 다투었는지, 요즘 빵 값은 얼마인지 같은 것들은 전혀 모르면서도, 타브리즈나 카즈빈, 시라즈 그리고 바그다드에서 누가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어떤 칸이나 샤, 술탄과 왕자들이 책을 위해 얼마나 돈을 쓰는지는 잘았다.

p.110

그림은 이성의 침묵이며 응시의 음악이다.

p.111

전정한 화가와 재능 없고 신앙심 없는 화가를 구분하는 유일함 판단 기준은 없다네. 그것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 그러나 화가가 우리의 예술을 위협하는 악에 대항하기 위해 어떤 윤리와 기법을 따라는 가는 중요하지.

p.141

그림은 신의 기억을 되찾는 것이며, 세상을 그가 본 대로 다시 보는 것을 뜻합니다.

2.

p.162

밤마다 이 물건들의 영혼이 속삭이며 말을 건답니다.

p.288

환상을 꿈꾸지 않으면 시간은 결코 흐르지 않는다.

p.329

그의 영혼의 은밀한 구석에 가장 행복한 정사의 순간조차 그를 우울하게 만드는 어떤 슬픔의 정령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