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달렸다. 그러나, 오늘은..-_-

어제 무리를 했나보다.

간만에 컨디션이 좋아서 무려 10km를 줄곳 달렸다.

시간은 1시간 2분대.

 

친구랑 달리기 연습하기로 한지 1달만에 거의 꿈의 목표에 근접했다.

10km를 1시간 내에 달리기로 하고 꾸준히 달리고 있었는데 그게 가능해지고 있는 거다.

 

대단하다!! 우리는!! 그치 ??

 

자신감이 한껏 만땅 되어 있어 half도 노려봄직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내 다리는 "아직 아냐...-_-"라고 살포시 테클을 걸어주신다.

 

어제 달리고 난 후 다리 쩔뚝이로 거듭나버렸다.

오늘 학회 세미나 장에서 몇몇의 고향 대학동기들도 만나고 같은 병원에서 트레이닝을

받았던 후배도 만나서 오랜만에 농사리를 까기는 했으나 쩔뚝거리는 내 다리를 보고

한마디씩 했다.

 

"어떻게 된거냐?"

"마라톤 연습한다고 어제 10km를 1시간동안 달렸더니 그렇게 됐어."

"왜 그런 짓을 한거냐?"

"너도 내 나이 되어봐라..몸에 자신이 없어진다니까능-_-;;"

"응..그래, 자신 없을만도 하군. 하체에 힘이 부실한 거 보니.."

"야!!!!!!!!!!!!!!!!!!!!!!!!!!!!!"

 

아~ 다리에 오늘은 얼음찜질이나 하면서 쉬기로 했다.

여전히 쩔뚝이 인생..

내일은 달릴 수 있을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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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8-29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왜 그런일을 하셨수? 우히히히히^^
어여 나으시길...

클레어 2005-09-09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답글..아직도 시원찮지만 많이 좋아졌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웃으시다니..
ㅠㅜ
 


<파나소닉 DMC -LZ 1>

1.

어제 오늘 내리는 비에 살포시 감기기운 있는 것을 핑계삼아 중국어 학원도, 땐스 학원에서 스텝 밟는 것도 과감히 포기해 주셨습니다. 골골 거리는 쎅쉬한 목소리는 어젯밤을 지났더니 더욱 쎅쉬해져서 나 스스로 견디지 못할 지경에 와버렸기에 중국어 성조 공부한답시고 냅다 지르던 소리도 오늘은 조용히 입닥쳐 주시기로 했습니다. 

입 닫으니 디게 심심해졌습니다. 

"심심하면 소금 먹어라~ 호호호~"  

예전 심심하다고 말하면 울 엄니께서 말씀하시던 멘트입니다. -_-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심심하다고 눈망울을 글썽이는 자식에게 소금 먹으라고 하시다뉘..

디게 심심해져 있는 현재, "소금 먹어라~소금 먹어라~" 라는 말이 메아리쳐 들려옵니다. 

으아아아악~ 그만!!! 소금은 안 먹을테얏!!!  

반항기 어린 마음이 되어서 안 심심해지려고 인터넷에 접속했습니다.

 2.

오!! 지름신은 비를 타고도 내려오시더군요. 똑딱이 '로모'로 버티던 세월에서 한번 벗어나보고자 옥션에 들어갔습니다. 디카를 구경하다가 파나소닉정품 디카가 아주 싼 가격에 나온 것을 발견했습니다. 거기다 오늘 저녁에 마감되는지라 운좋게 계속 대쉬를 하면 살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습니다. 

두근두근.. 

'이제 필카, 디카 겸용 찍사로 거듭날 때가 되었다. 질러랏!!!!' 

지름신의 말씀이 가슴에 와서 박히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른손으로 클릭 한 방,,경매에 입찰했고 그 새 딴 인간들도 마구 접속해서 가격을 올려놓고 있더군요. -_- 그러나, 지름신의 말씀에 한 번 필~꽂힌 외계인은 나름 전략을 세웠습니다. 

경매마감 5분을 남겨놓고 지속적인 공세를 펼치자!! 

오늘 밤, 옥션에서 디카 구입을 위해 100원,10원 단위로 승부를 할 것입니다.

'에이~쪼잔하게~ '라고 비웃어도 뭐 할말없어요. 

지금까지, 곧 디카 소유자가 될 예정인 쪼잔한 에오스였습니다. ~(_ _)~

 

피에수 1. 이제 안 심심해서 소금 안 먹어도 될 거 같아요.

피에수 2. 다른 좋은 카메라로 바람넣으실 분들은 이 포스트에 덧글 다시는 거 피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염장 지르시는 강심장의 님들에게는 비오는 날 지렁이 이단 옆차기

             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_-+(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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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8-26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과는? 궁금궁금*.*

비로그인 2005-09-22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땐스 학원에서 스텝 밟는 -> 으하하하하. 어떤 댄스를 배우시나요? 궁금궁금..
사실 저도 댄스를 배워보려던 참이거든요. 고민중이예요. 살사? 지루박? 뭐가 좋죠?

클레어 2005-09-23 0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포츠 댄스를 배웠는데 그게 한달정도만 배워서 많이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춤에도 단계가 있더군요. 라틴댄스, 왈츠로 가려면 한참이 걸리고 초보였던 저는
자이브를 배웠습니다. 'shall we dance?"에서 주인공의 직장동료로 나오는 대머리 아저씨 기억하시나요? (가발을 쓰고 느끼한 웃음과 춤동작을 선보였던..) 그 분이 추는 춤과 비슷한데 요염하게 골반을 흔들고 엉덩이 근육에 힘을 많이 주어야 하는 춤이었습니다. 꽤 잘 한다고 칭찬을 받았었는데..아쉽네요. 가시장미님도 춤을 배우시려면 스포츠 댄스 쪽으로 배워보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같이 춤을 배우던 야심찬 아주머니들은 동네 캬바레를 주름잡겠다는 포부를 저에게 비추시면서 '함께 주름잡아보자.'라고 제안을 하셨지만 좀 더 내공을 쌓은 후 가겠다고 정중히 사양했었답니다. 히히~ ^^

비로그인 2005-09-26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 자이브라는 댄스가 쉘위댄스의 그 댄스군요. 으흐흐흐흐.
으하하하하. 야심찬 아주머니들은 동네 캬바레를 주름답겠다는 포부를 미춰주셨군요
표현이. 역시. 너무 유머러스하세요. ^-^ 10월부터는 댄스스포츠 배워볼까 합니다.
님도 내공 열심히 쌓으세요!!!! 아자!!
 



 

1.

한 남자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왜 난 태어났나요?" 

민둥머리 사내는 연신 눈을 굴리며, 그 촛점없는 눈으로 날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나는 모른다네-

 사람들은 친절하게 대답해주었습니다.

 자, 그런 이야기 말고 사는 이야기 좀 해봐요.

 그는 사람들의 말에 울상이 되었습니다.
2.

다른 한 남자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만삭이 된 배를 어루만지고 있는 사내였습니다. 생명을 잉태하는 대신 생명을 좀 먹는 

노란 복수(腹水)를 가진 배 밖으로 돌출된 배꼽을 흔들며 말했습니다. 

"왜 다른 것을 못 먹죠? 이젠 술밖에 먹을 수 없네요. 술만 수울 수울 넘어가고

다른 것들은 컥 걸린단 말이죠."

-나는 모른다네- 

사람들은 친절하게 다가와 그의 배를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자, 술 좀 그만 마셔요. 

그는 사람들의 말에 울상이 되었습니다. 

3.

한 젊은 여자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여자였습니다. 눈만 껌뻑거리고 가끔 찾아오는 경련말고는 손,발은

철갑을 두른 듯 움직일 수 없는 여자였습니다. 그녀의 하얀 피부는 제 무게에 못이겨

장미꽃이 여름 정원 여기저기 피어나듯 욕창들이 여기저기 피어나 있었습니다. 기인 속눈썹을

깜빡거리며 그녀는 온몸을 떨며 말했습니다. 

"나 아직도 이쁜가요?"

-나는 모른다네- 

사람들은 친절하게 다가와 그녀의 하얀 피부에 욕창을 닦아주었습니다. 

자, 약을 발라야 할 시간이예요. 

그녀는 사람들의 말에 울상이 되었습니다. 

4.

또다른 한 여자는 침묵을 했습니다. 

아니, 말을 했었던가? 

모르겠습니다. 

거울을 볼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여자는

그냥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아니, 탈출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제자리를 뱅뱅 돌고 있는 그녀도

왜 제자리를 뱅뱅 도는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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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5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5-08-2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속의 저 행렬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모른다네....

클레어 2005-08-25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그게...언제쯤이 좋으려나? ^^;;

파란여우님/ 집으로 가고 있다는 교통 통신원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
 
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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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다보면 가끔 작가의 거리와 내 자신의 거리를 놓치고 헤맬 때가 있다.  대부분의 이유는 내가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에 너무 몰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성적으로 다가가야 하는 책들도 있다. 그러나, 그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방법론을 제시받거나 제시하면 그 뿐인 책들은 별로 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느낌 좋고 바라보기는 좋으나 항상 같이 지내기는 뭔가 어색한 사람들처럼 말이다.

박민규의 '카스테라'라는 책을 며칠 전에 구입하고  통독을 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기 때문에 '재미있겠군..' 하고 나름 생각은 했었다. 소개팅 나가기 전에 '재미있는 녀석이래...'라는 말을 듣고 나가는 것은 얼마나 편안함을 주는가? 어색한 만남의 시간을 즐겁게 때울 수도 있고 잘만 하면 괜찮은 녀석 하나 건져서 시베리아 벌판과도 같이 시려운 옆구리에 녀석을 장착하여 앞으로 다가올 빙하기 이전이지만  항상 혹독하게 느껴지는 추위도 막을 수도 있고....라는 막연한 상상또한 그 만남 이전의 시간마져도 감미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10편의 단편소설의 묶음...을 하나하나 읽으며 그의 의도대로 그의 말장난을 따라가기도 하고 그가 부비트랩처럼 심어놓은 웃음거리에 알면서도 홀랑 빠져서 낄낄거리기도 했다.  ' 녀석..오..괜찮은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소개팅으로 치자면 '우유'가 아니라 '쥬스'를 시켜야 할 타임! 호감을 느낀만큼 녀석의 속내를 훑는 더듬이는 더욱 뻗어나와 책 속 여기저기를 헤맨다.

'넌 어떤 녀석이냐?'

박민규는 말한다.

난 냉장고와 대화하는 사람. 냉장고 속에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선별하여 집어넣는 사람. 나는 자신의 즐거움을 아는 너구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 나는 내 삶의 산수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 나는 지구를 떠나 지구의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 나는 세상의 삼류들이 꿈을 향해 망명하는 도중에 잠시 머무는, 오리배의 중간 기착지인 유원지를 관리하는 사람, 나는 변비와 사투를 하면서 아무도 신경 써 주지는 않지만, 그 변비가 후기 산업사회로 가면서 만들어진 병임을 분석하는 사람,  어린 시절엔 과학잡지에서 봤던 15m 대왕오징어를 알기 위해 선생님께 물어볼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아이였고, 끈임없이 원폭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세상 속에서 대왕오징어와 같은 재앙이 언제든 일어날 거라 믿는 사람, 어느날 불시에 당한 헤드락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체력을 키우고 다른 이에게 내 힘을 시험해 보며(좀 비열하지? 그래도 돈으로 그들에게 보상을 했다구..) 끝내 맞장을 뜰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헤드락을 걸어보는 사람, 관짝만한 고시원에 옹송거리며 누워 그곳을 벗어날 날을 기다리며 조금씩 어른이 되어갔던 사람...

작가의 수다에 빠져들면 들수록 그의 실체가 드러났다.  한편 한편이 그의 지인에게 선물로 주는 글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의 수다에 더이상 웃을 수 없었다. 웃음으로, 얼렁뚱땅 이야기 하기로 자신의 삶을 포장하고 있으나 그의 웃음 너머에선 '날 좀 봐주겠니?' 를 서툴게 표현하고 있는 한 청년이 보였다. 예전 유재하의 음악(오늘밤이었던가?? )을 들으며 느꼈던 감정이 다시 샘솟았다. '왜 유재하는 그렇게나 쓸쓸하고 슬픈 가사에다  경쾌한 곡을 붙여 노래 불렀던가?'  라는.  감정의 균형. 나는 그것을 감정의 균형이란 말로 표현하고 싶어졌다. 이 말은 '울면 지는거다.' 라는 말 때문에 우리들의 내부에 언제부터인지 자리잡게 된 기능이 아닌가 한다. 신세한탄을 한다고 해서 별반 달라질 것이 없는 세상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안간힘. 그리고, 이렇게 과장된 웃음으로 '난 괜찮아.'를 말하는 그의 모습 속에서 '눈물'을 본 것은 나의 착각일까?

다시금 하나하나 차분히 읽어가기 시작한다.  이쯤되면 난 이미 그에게 빠져든 것이다.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서 다시 차분한 그의 말을 찾을 수 있었다.

잠시 인용하자면,

그것이 카스테라였다. 얘기를 전하자면, 가가린은 카스테라를 타고 비로소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하며, 지미 핸드릭스는 카스테라에 불을 붙여 그 소리로 한 장의 앨범을 만들었고, 이백(李白)은 물에 떠 있는 한 조각의 카스테라를 주우려다 삶을 마감했고, 제인 구달은 침팬지와 인간을 연결하는 카스테라 카누를 만들었으며, 마더 테레사는 스스로 거대한 카스테라의 산(山)이 되었다 하며, 이를테면 체 게바라는 누구보다도 카스테라의 등분에 관한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가게에서 팔잖아.

팔지 않는 카스테라는 없다고, 당신은 생각할 것이다. 살 수 없는 카스테라는 없다고, 예전에 내가 생각했듯이. 결국 나는, 이 시시한 논리를 시시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 - 한 조각의 카스테라를 스스로 만들어보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계란과 밀가루를 반죽해 빛이 나올 때까지- 하다못해,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

나는 결국, 모두의 도움으로 살아온 인간이다. 그 모두에게, 감사한다.

카스테라. 그가 진짜로 말하고 싶어하던 것을 드디어 찾아냈다. 그리고, 그가 '눈물'을 뒤로 감춘채 웃음으로 이야기 하는 진짜 이유도 찾아냈다.

현재의 삶 속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물질, 물질, 물질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느끼게 되는 헛헛함.. 가게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카스테라빵으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말하고 있는 많은 위인들은 다른 이들이 이루어 놓은 많은 노력과 눈물이 결실이 된 것들을 흡수하고 마치 예수처럼 스스로 많은 이들의 양식이 되어 살아갈 희망을 주었던 이들이다. 그는 그 또한 많은 이들이 그에게 준 따뜻한 관심과 도움을 통해(그의 식처럼 말하자면 다른 이들이 그에게 식을까봐 꽁꽁 싸서 넘겨준 카스테라를 먹으며) 살아왔음을 고백하며 그들에게 자신이 만들어낸 '카스테라'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려준 것이다.

울면서 음식을 먹으면 목이 메인다지?

그는 자신이 만든 따뜻한 '카스테라'를 함께 나누고 싶어했고, 그가 넘겨주는 '카스테라'를 먹으며  다른 이들이 목 메이지 않도록, 함께 웃으며 먹을 수 있도록 너스레를 떨어대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가 더욱 좋아졌다.

'카스테라'를 덮으며 나도 그에게 인사를 했다.

"당신의 따스한 '카스테라'... 잘 먹었어요. 난 당신에게 무엇으로 돌려주어야 할까요?"

흐~ 이만하면 작가와 독자의 사이가 제대로 무너진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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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8-19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즐거움을 아는 너구리...
자신의 즐거움을 아는 여우가 되고 싶어요.아참, 전, 에코의 칸트와 오리너구리를
읽고 있는데 머리가 뱅뱅 돌 지경이라서 중도에 책을 덮을 지경입니다.
카스테라는 편하고 달적지근하고 부드럽겠죠?^^

클레어 2005-08-19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칸트와 오리너구리는 왜 여우님을 괴롭히고 있데요? (한대 패줄까부다..흐흐~) 이 '카스테라'의 맛이 꽤 괜찮았습니다. 아직 젊은 작가가 쓴 것이라 조금 더 보완되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은 작가 스스로가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겠지요. 독자인 저로서는 기대할만한 작가 하나를 만난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어요.

여우님...여우님의 즐거움은 뭘까? 란 생각을 해봤어요. 글을 쓸 때 즐거우실까? 이웃들과 수다 떨 때 즐거우실까? 흠내골 여기저기를 탐험하며 알려지지 않은 이쁜 곳을 찾아내는 발견자의 기쁨을 맛보며 즐거워 하실까?

흐흐~ 난 왜 이렇게 여우님에게 관심이 많담?
 

written by 고신의대 정신과 박시성 선생님.

언제나 5월은 신선하고 풋풋한 초록의 시간이다. 청춘이 그 속살을 드러내며 꾸어 오던 꿈을 실현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2003년 영화 <몽상가들>은 1968년 5월의 파리, 전복과 혁명을 꿈꾸는 청춘의 몽상을 그 시대의 향수어린 기억들과 함께 채우고 있다.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68세대의 기운을 되살리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좌파 감독 파졸리니를 시샘하며 만든 자신의 걸작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이후 미국에 진출하여 만든 영화들이 크게 호평을 얻지 못한데 반하여 자신의 출발점을 되새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전과 반문화 운동으로 기존 체제와 관습에 도전하는 물결이 세계를 휩쓸던 당시의 무모한 국가 권력, 경제적인 모순, 억압적인 제도와 규범들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얻고자했던 젊은이들의 이야기인 영화 <몽상가들>은 육체의 욕망을 거침없이 묘사하는 동안 새로운 가치에 대해 발언하면서 영화를 통해 꿈꾸는 젊은이들의 위태로운 시절을 그려내고 있다.

<몽상가들>은 영화광들로선 잊지 못할 역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창설자인 앙리 랑글로와를 해임하고 시네마테크를 폐관하는데 항의하는 젊은이들 간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그곳에 모인 이들은 소위 영화광들이다. 그들은 영화를 청춘의 중심에 두고 영화를 통해 의사소통하며 서로의 감정을 나눈다. <몽상가들>에는 누벨바그를 주축으로 하는 영화사적 영화들이 때로는 청춘들의 입을 통해, 행위를 통해 보이고 들려진다. 프랑소와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처럼 사운드트랙의 음악으로, 장 뤽 고다르의 <네멋대로 해라>처럼 상상과 함께 교차하는 화면으로, 또는 로베르 브레송과 하워드 혹스 영화의 이미지나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에 관한 논쟁을 통해 당대의 영화들은 짜릿하고 아련한 기억으로 테오와 이자벨, 매튜 세 젊은이를 감싼다. 누벨바그를 비롯하여 영화사에 굵직한 흔적을 남긴 영화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창제해 왔던 것처럼, 그들에게 영화는 새로운 가치의 모색이자 현실에 대한 저항이다. 곳곳에 배치된 마오쩌뚱의 포스터, 제니스 조플린의 노래, 지미 핸드릭스의 기타선율은 그들의 또 다른 몽상이다.

영화를 욕망하는 그들에게 영화의 소비는 욕망의 실현이다. 생동력 강한 청춘의 육체는 모든 관습을 벗고 성적 탐닉에 몰입한다. 이자벨은 영화 <푸른 천사>를 알아맞히지 못한 벌칙으로 테오에게 <푸른 천사>의 포스터 앞에서 자위행위를 하도록 요구하고, 테오는 <스카페이스>를 알아맞히지 못한 매튜에게 자신의 연인(?)인 이자벨과의 섹스를 요구한다. 그들은 벗은 몸으로 함께 목욕하고, 함께 잠들기도 하며, 쓰레기통을 뒤져서 찾은 바나나 하나를 세 갈래로 나누어 먹기도 한다. 그들의 억압되지 않은 자유혼은 거칠 것 없지만, 젊은 날의 미숙함 만큼 위태롭다.

적나라한 신체의 이미지는 싸구려 성적 호기심 많은 관객들에게는 눈요깃거리로만 다가갈 게 뻔하다. 하지만 영화예술을 표방하는 수많은 영화들의 신체 노출 수위를 감안하면 <몽상가들>의 노출 자체는 그다지 놀랄 만 한 것도 아니다. 더욱이 세 젊은이의 육체를 선정적인 시각으로만 다루지는 않는다. 육체는 관능적이지만 순수하고, 성숙한 동시에 청춘이 지닌 떨리는 불안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는 그들의 육체 앞에서 부끄러워하거나 비켜서지 않는다. 대신 그들의 육체를 리듬 있게 그리고 대담하게 포착한다. 육체의 은밀한 부분을 시점쇼트로 훑기도 하고, 마치 한 육체의 세 얼굴을 보듯 앵글을 잡기도 하며, 뒤엉킨 세 육체를 부감쇼트로 내려다보기도 하면서.

그들이 함께 지내는 아파트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서의 빈 아파트를 연상시킨다. 그곳은 성적 환상 또는 영화적 몽상이 실현되는 공간이다. 외부와는 분리된, 자유로운 내부의 세계이며, 어떤 억압적인 권력도, 허위적인 포장도 없는 (원작 소설의 제목처럼) ‘성스럽게 순수한’ 공간이다. 그들은 어떤 타자로부터도, 아파트의 주인인 부모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다. 법과 규칙의 바깥이며, 관습의 지배로부터 벗어난 장소이다. 라깡을 빌면, 진정한 향락이 있는 곳이며, 그 향락의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매력적인 세 배우는 건강한 육체와 생동하는 젊음, 개성 가득한 눈빛과 몸짓으로 68세대를 표현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들은 진정 68세대의 혼을 이어 받은 듯 연기에 혼을 듬뿍 담는다. 이들에게 담긴 인물들을 통해 감독인 베르톨루치는 자신의 세대를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감독의 관점에 동의하게 할 만 하다. 그러나 달리 보면 감독은 68세대를 위로하려거나 과장되게 칭송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에의 모방과 동화는 영화를 자신의 것으로 보이게 오인시키지만, 욕망이란 근본적으로 타자의 것인 만큼 영화를 욕망했던 이들에게 영화 역시 타자의 것에 불과하지 않는가. 그들의 흔들리는 주체성은 청춘의 당연한 과제이며, 성적인 실험은 무모한 저항에 다름 아닐 수도 있다. 영화라는 예술로 안위하며 그들의 일탈에 아슬아슬하게 혼을 부여하고 있긴 하지만.

그들이 아파트 안에서 성적 탐닉을 즐기는 동안 밖에서는 혁명의 기운이 무르익는다. 이제 ‘상상력에게 권력을’이라는 68혁명의 구호는 세 젊은이의 몽상적인 유희에 힘을 싣는다. 청춘이라는 존재적인 위태로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죽어가는 상상력에 대한 은유였을까. 이자벨이 가스를 틀어 잠든 두 청년과 함께 자살을 시도할 즈음 밖에서 날아들어 유리창을 깨버린 돌은 그들에게 삶을 다시금 제공하는 원인이 된다. 죽음으로 향하던 몽상에서 깨어난 이자벨과 테오는 밖으로 뛰쳐나가 군중들의 대열에 합류하고, 이들을 따라 나선 매튜는 미국인다운 충고를 던진다. 이것도 폭력일 뿐이라고.

실패한 혁명의 한가운데서 자신을 던진 청춘들을 향해 베르톨루치는 위로 가득 담긴 시선을 던진다. 경찰의 진압 속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굽히지 않는 테오와 이자벨. 그들을 배경으로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난 후회하지 않아요’가 흐른다. 감독은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당시의 에너지를 전해주고 싶다고 밝혔다지만, 이제는 노장이 된 베르톨루치가 자신의 세대에게 건네는 순진한 자의식처럼 들린다. 상상력과 혁명적인 에너지야말로 가치를 변화시키는 수단이라고 말하는 유치함을 벗어 던진다면, 권력의 유혹이나 힘의 여부 또는 타자의 시선에 상관하지 않는 몽상이야말로 다시금 변화하는 가치를 창출할 잠재력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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