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남자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왜 난 태어났나요?" 

민둥머리 사내는 연신 눈을 굴리며, 그 촛점없는 눈으로 날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나는 모른다네-

 사람들은 친절하게 대답해주었습니다.

 자, 그런 이야기 말고 사는 이야기 좀 해봐요.

 그는 사람들의 말에 울상이 되었습니다.
2.

다른 한 남자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만삭이 된 배를 어루만지고 있는 사내였습니다. 생명을 잉태하는 대신 생명을 좀 먹는 

노란 복수(腹水)를 가진 배 밖으로 돌출된 배꼽을 흔들며 말했습니다. 

"왜 다른 것을 못 먹죠? 이젠 술밖에 먹을 수 없네요. 술만 수울 수울 넘어가고

다른 것들은 컥 걸린단 말이죠."

-나는 모른다네- 

사람들은 친절하게 다가와 그의 배를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자, 술 좀 그만 마셔요. 

그는 사람들의 말에 울상이 되었습니다. 

3.

한 젊은 여자가 이야기를 했습니다.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여자였습니다. 눈만 껌뻑거리고 가끔 찾아오는 경련말고는 손,발은

철갑을 두른 듯 움직일 수 없는 여자였습니다. 그녀의 하얀 피부는 제 무게에 못이겨

장미꽃이 여름 정원 여기저기 피어나듯 욕창들이 여기저기 피어나 있었습니다. 기인 속눈썹을

깜빡거리며 그녀는 온몸을 떨며 말했습니다. 

"나 아직도 이쁜가요?"

-나는 모른다네- 

사람들은 친절하게 다가와 그녀의 하얀 피부에 욕창을 닦아주었습니다. 

자, 약을 발라야 할 시간이예요. 

그녀는 사람들의 말에 울상이 되었습니다. 

4.

또다른 한 여자는 침묵을 했습니다. 

아니, 말을 했었던가? 

모르겠습니다. 

거울을 볼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는 여자는

그냥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아니, 탈출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제자리를 뱅뱅 돌고 있는 그녀도

왜 제자리를 뱅뱅 도는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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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25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5-08-25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속의 저 행렬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모른다네....

클레어 2005-08-25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닥님/ 그게...언제쯤이 좋으려나? ^^;;

파란여우님/ 집으로 가고 있다는 교통 통신원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