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사진이 가르쳐준 것들
천명철 지음 / 미진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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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가입하고 활동하지 않는 예스24의 클럽 이름이다. 사진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이 급변하고 있다.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발터 벤야민은 사진이나 영화같은 복제 가능한 장르에는 원본 예술품만이 지닌 시간과 공간의 현존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우라를 찾아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아우라가 있든 없든 사진은 가장 보편적인(?) 예술로 인정 받았다. 사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누구나 사진을 찍고 즐긴다.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모든 인간의 욕망은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으로 남는다. 과거 지향적인 사람일수록 지나간 사진을 들여다보며 과거를 추억하고 시간을 되돌려 생을 반추한다.

또한 사진은 자기 표현 시대의 대표적인 매체가 되었다. 미니홈피와 블로그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사진들은 직접 찍은 것이다. 사진의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고 활자와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로 승부하는 시대를 대표하는 매체가 되었다. 스스로의 모습을 찍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대상들을 끊임없이 찍어댄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눈으로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아마추어와 전문 사진가의 차이점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눈에 보이는 것을 찍기 위해 셔터를 누르는지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것인지. 천명철의 <어느 날 사진이 가르쳐준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기 위한 노력들이 돋보이는 사진집이다. 사진과 에세이가 곁들어진 책의 특성상 실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획 취재에 걸맞게 온통 황량하고 허허로운 들판과 산자락에서 건져 올린 ‘봄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저자에게 사진이 말해준 것은 ‘희망’이 아닐까 싶다. 겨울에 찾아낼 수 있는 가장 스산한 장면들 속에서 봄을 잉태한 사진들은 정적인 이미지로 고정되어 있다. 노출와 셔터 속도가 어떠하든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의 평면으로 옮겨놓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고민했을 흔적들과 대상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들이 잘 전해진다.

다만 크기와 사진의 특성을 오롯이 담아낼 수 없는 한계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가격과 책이라는 형식이 가진 근본적인 특징을 잘 살려내려고 했지만 두 페이지에 걸쳐진 사진을 대하는 독자들의 마음이 편치는 않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이 그림을 그리게 했는지 사진으로 발전했는지 알 수 없다. 보다 정교하고 발달된 매체와 기계 수단들이 즐비한 시대에 사진이 갖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눈에 보이는 대로,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담아내고 싶은 숨은 욕망들이 꿈틀거릴 때 셔터를 누르는 걸까?

이제 닫힌 공간과 활자로 표현된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로 표현되는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결국, 사진은 피사체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 찍는 사람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일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이 출발선상에 서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점은 단 한 가지 ‘눈으로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는 점이다.

아름다운 사람과 멋있는 풍경만이 사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무엇을 찍고 싶은지, 왜 찍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은 사진에 관심을 갖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다. 목적과 대상, 방법에 대한 고민은 모든 예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다. 이 책을 통해 자그마한 해답을 스스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제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의 세계로 한 발쯤 넘어가고 싶다. 곧.


0611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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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6-11-01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와 닿는 글이네요. 이미 대중문화는 이미지가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은 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인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정말 사진이 가르쳐줄 수 있을까요? 갑자기 요즘 유행하는 렌즈달린 전문가용 사진기에 욕심이 생기네요. 이게 아닌데. ㅋㅋ

sceptic 2006-11-0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용기 있는 자의 것이라고 누가 그러더라고요...저도 늘 새롭게 용기 낼 볼려구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