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문장 나쁜 문장 살림지식총서 376
송준호 지음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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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느끼고 생각하는 존재다. ‘느낌’과 ‘생각’이야말로 삶의 본질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글은 살아가면서 얻은 생각과 느낌을 정리해서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이다. 다양하고 풍부하게 느끼고 체계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진정 인간다운 삶은 글쓰기에서 비롯된다. - P. 3
 

  문고판의 특징과 효과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소매물도 등대섬에 올라본 사람과 못 올라본 사람.’ 통영에 간다는 말에 친구가 장난스런 문자를 보냈다. 이런 식의 장난으로,「삼중당 문고」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나눌 수도 있다. 나이를 묻는 것일 수도 있지만 책이 많지 않던 시절에 지적 호기심과 문학에 대한 열정을 채워주던 추억의 문고판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 장정일의 시 ‘삼중당 문고’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로 나누어진다는 것은 또 하나의 농담이다.

  이렇게 문고판은 책이 등장한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싼 가격에 다양한 상식과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영국의 ‘펭귄북스’가 문고판의 원조에 해당하며, 독일의 ‘레클람문고’, 프랑스의 ‘크세주문고’가 대표적이다. 시공사의 시공디스커버리총서가 된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발견 총서’등이 국내에 번역되기도 한다. 70~80년대 호황을 누린 문고판은 명맥을 유지하다가 최근들어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페이퍼백이 원형이지만 다양한 판형과 독특한 시리즈를 구성해서 독자들을 사로잡는 경우도 많다. 가격과 판형, 분량에 따라 어디까지 문고판으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렴한 가격과 휴대의 편리성으로 인해 사랑받는 문고판의 계속되지 않을까? ‘문고판 시리즈의 가능성(http://blog.naver.com/amelrian/150001598908)’을 정리해 놓은 블로거의 글을 참고해도 좋다.

  400권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살림지식총서’는 ‘책세상문고’와 함께 이제 대표적인 국내 문고판 시리즈가 되었다. 100페이지를 넘지 않는 적은 분량에 한 가지를 주제를 간명하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부담없이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커피전문점의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책 한 권을 구입해서 읽는 동안 사람들은 책과 친해지고 책읽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이 시리즈는 ‘네이버 지식in’과 닮았다. 다양한 주제와 편안한 접근성으로 독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서점을 둘러보다 몇 권쯤 들고 나와도 부담이 없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제한된 분량 때문에 상세한 설명이나 폭넓은 접근이 불가능하다. 또한,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내용을 다루기 어렵다. 말하자면 이 시리즈는 본격적인 책읽기를 위한 관문이거나 가볍고 경쾌한 책읽기를 즐길 수 있는 너른 마당으로 활용하면 좋다.


글쓰기는 인간다운 삶의 시작이다

  이 시리즈의 376권 『좋은 문장 나쁜 문장』은 실전 글쓰기에 필요한 연장통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소설창작’과 ‘글쓰기지도법’을 강의하고 있다. 이론적 토대도 관념적 논쟁도 없다. 정확한 단어와 정확한 문장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읽는 동안 무엇보다도 내 글들을 돌아보았다.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군더더기 없이 명확한 원칙들이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면 개성적인 글쓰기도 불가능하다. 변화는 단단한 기본기를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신만의 문체는 정확한 문장쓰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참신한 단어와 세련된 문장을 쓰고 나면 이제 연결 문제가 남는다. 당연한 순서지만 단어에서 문장으로 그리고 하나의 단락으로 이어진다. 단락이 모여 한 편의 완성된 글이 되는 동안 부분과 전체는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문장부호와 띄어쓰기까지 잘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면 이제 자신만의 글이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거창한 문장론이나 글쓰기 비법을 말하지 않는다. 모든 운동의 기본은 체력이다. 잘 뛰지 못하는 축구선수나 물을 두려워하는 수영선수를 상상할 수 없듯이 단어와 문장의 정확한 활용 즉, 우리말의 사용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면 글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기초 체력을 길러준다. 정확하고 참신한 단어, 맛깔스럽고 읽기 좋은 문장이란 무엇인지 알려준다. 실제 생활에서 글을 쓰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시인이나 소설가만 글을 쓴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거의 모든 사람은 매일 글을 쓴다.

  읽고 쓰는 능력은 현대인의 생존 도구와 같다. 좋은 문장과 나쁜 문장이 무엇인지 구별할 줄 알고 좋은 문장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처음부터 뛰는 사람은 없다. 걷는 연습을 하고 조금씩 연습해보자. 이 책은 그 연습을 위한 첫걸음이면서 기본적인 원칙이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 자주 틀리는 단어와 용법들이 나열되기도 하지만 자신의 글을 다시 점검하고 글을 쓸 때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서이기도 하다. 자, 그럼 이제 뭐든 써야 할 시간이다.


10012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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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1-25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체의 기초체력은 젬병이지만 글쓰기의 기초체력을 위해 저도 읽어봐야겠습니다.

sceptic 2010-01-27 10:40   좋아요 0 | URL
^^ 편안하게 참고하실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