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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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는 것은 불온하다. 세상을 긍정적, 낙관적으로 바라보아야 행복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것들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인식의 폭을 넓혀 주지만 현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사회를 보는 관점이 래디컬하다. 강유원은 이 말을 참 좋아한다고 했다. 현실 인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대응 방식도 다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세상과 현실에 대해 혹은 사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무지와 편견이다. 뭣도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가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아집과 독선이 문제이다.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 둘째는 자신의 계급과 이익에 반하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이다. 빌헬름 라이히의 표현한 대로 ‘파시즘의 대중심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조선일보를 자신의 생각이라고 굳게 믿는 노동자의 경우를 일컫는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왜,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지 모르지만, 이라크에 파병하면 어떻게 이익이 되는지 모르지만 ‘국익’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국익’과 ‘10% 부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 세상 바로알기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박노자, 홍세화, 김규항, 한홍구, 심상정, 진중권, 손석춘 - 심상정을 제외하고는 여러권의 책을 통해 끊임없이 만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인터뷰어 지승호는 이번에‘도’ 이들을 선택했다. ‘신자유주의와 자본 파시즘에 맞선’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나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누구 말마따나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들의 책을 읽고 이들의 인터뷰집을 읽는다. 매년 봄 한겨레 특강을 통해서나 프레시안 특강을 묶은 <여럿이함께>라는 책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은 왼쪽에 가슴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적어도 그들의 말에 공감하거나 들어볼 마음의 자세를 가진 사람들은 사실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이제 지승호의 책은 살펴보지 않고 사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신뢰가 간다. 한 인터뷰어에 대한 개인적인 믿음은 그간 그가 보여준 성실함과 끈기 그리고 세상을 보는 눈 때문이다.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묶어낸 그의 책은 일곱 명의 시각으로 바라본 21세기를 여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는 현실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별개일 수밖에 없다. 가진 것이 다르고 지켜야 할 것이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삶에 대처하고 있으며 미래를 바라보고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현실인식은 지극히 암울해진다. 시니컬하고 래디컬한 성향을 벗어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사람됨’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적어도 내겐 ‘사람됨’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믿는다. 홍세화가 인터뷰 중에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한다.

생존 수단이 존재 이유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 P. 77

  한 참 동안이나 이 말을 들여다보았다. 고아처럼 자라며 오늘 저녁 한 끼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아이들이 있다. 먹고 사는 일 자체가 생존의 목적인 사람들이 있다. 자본의 힘은 블랙홀처럼 인간의 존재 이유를 빨아들인다. 망각의 힘은 생존 수단으로부터 시작된다. 주변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지만, 그들만의 리그는 오늘도 계속된다.

  미국의 ‘자발적 식민지’가 된 나라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공화국’의 가치를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알아야 한다. ‘자본 파시즘’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한 번도 거울을 보지 않으면 내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머리 까만 미국인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한국 사람인지 머리 까만 미국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 삼성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머리 까만 미국인과 함께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우리들의 자화상은 비참하기만 하다. 개혁이 아니라 혁명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자. 브라질의 룰라나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에 대해서, 그들의 선택에 대해서. 김규항은 인터뷰 도중에 이런 말을 한다.

사람들은 자기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게 되어 있어요. - P. 300

  어떤 식으로든 대중이 움직여야 현실이 달라진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우선이겠고 그 다음은 움직여야 한다. 이기적 욕망과 무임승차에 대한 간사함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은 시민 사회 단체의 몫이나 활동가들이 책임져야할 일이 아니다. 나 혼자 꿈을 꾸면 공상이 되지만, 다함께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


070927-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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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영길 후보와 함께 하는 블로거 간담회에 초대합니다.
    from 태터앤미디어 공식블로그 : 블로그 미디어 & 마케팅 2007-10-08 17:13 
    안녕하세요. 태터앤미디어팀 정윤호입니다. 17대 대선을 맞아 블로고스피어에서도 대선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태터앤미디어에서는 대선후보들과 블로거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소 후보에게 궁금했던 점이나 대선공약 등에 대해 직접 질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사상 그리고 언론사상 초유의 실험이라고 평해주셔서 더욱 열심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 오는 10월 15일 월요일에는 대선 후보 릴레이 간담회 두번째로 민주..
 
 
2007-09-27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28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7-09-28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을 그 수준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에게 공을 다 넘기는 것은 아닐까요?

sceptic 2007-09-28 14:36   좋아요 0 | URL
원인을 하나로 집어낼 순 없지 않을까요? 어떤 노력으로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늘 면죄부만 주는 것은 아닐까요? 누군가의 몫으로, 혹은 타인의 탓으로만 돌리는 책임 회피는 온당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거 아닌가요?

2007-09-28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28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28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28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7-09-28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의 자발적 동의 내지는 그 수준을 이야기하려면 이를 강제하고 조정해내는 또다른 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하지 않을까요..그게 없는 '수준론'은 '거대한 또다른 축'에 대한 면죄부와 '허무주의'의 블랜딩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혁명(가능이나 한지 모르겠습니다만)이 단순히 '의식혁명'을 뜻하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sceptic 2007-09-28 20:51   좋아요 0 | URL
'수준론'이 단순히 '대중'을 비하하기 위한 목적이 아님을 드팀전이 모르실리 없지요? 김규항의 말이 현실에 대한 '허무주의'나 '면죄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찾거나 해야겠는데 자발적으로 혹은 선동적으로라도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의 답답함을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책의 내용과 생각의 표현이 적절하게 나타나지 않았나 봅니다.

혁명...불가능하기 때문에 꿈꾸어야 한다는 말은 말장난일까요? 의식혁명도 행동의 변화가 없이는 헛된 공상에 불과하지 않나 싶습니다.

가끔 달아주시는 댓글로 또 다른 생각을 이어갑니다. 댓글 봉사 감사드립니다.

드팀전 2007-09-28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규항도 그런 뜻이었겠지요..그러니까 잘해보자고.
최근에 제가 들었던 '패배주의적 수준론'때문에 자꾸 그렇게 보이나봅니다.

sceptic 2007-10-02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배주의적 수준론'은 당연히 경계해야 겠지만 대책없는 희망도 이젠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정선을 찾기 힘들지만...다들 잘해보자는 얘기지만 방법들이 워낙 많이 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