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오늘에게 묻는다 - 청소년들이 만난 한국의 지성 12인, 푸른교양 001
논 편집부 엮음 / 초암네트웍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대입제도가 변하지 않으면 고교 교육은 정상화 될 수 없으며 초중등 교육도 마찬가지다. 대입제도는 대학의 서열화를 해체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제도적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학벌 없는 사회를 만들어 능력과 실력 위주의 사회 풍토를 정착시켜야 하며 신자유주의 질서에 편승한 경쟁적 인간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들은 헛된 망상에 불과한 것일까?

  대입제도 변화의 핵으로 자리 잡으며 전 국민을 ‘논술’의 광풍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논술이란 무엇인가? 대학에서 학생 선발을 위해 출제되는 논술시험과 통합적 사고가 요구되는 삶을 위한 논술은 어떻게 구별되어야 하는가? 누구나 고민을 하고 있으면서도 쉽게 해답은 찾기 어렵고 모두가 준비하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 논술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개탄스러운 현실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과 공포를 빌미로 학원은 돈을 벌기 시작했고 학교와 교사들은 굼뜬 동작으로 현실을 지켜본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작은 변화와 실천적 노력의 성과들을 묶어낸 책 <내일이 오늘에게 묻는다>는 책으로서 의미보다 방향과 설정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된다. 청소년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사회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지식인들을 찾아 나섰다. 열두 명의 지식인을 찾아가 한 명 혹은 여러 명이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대담들을 묶은 책이다. 이 책은 내용보다 형식을, 구성보다 방향에 초점을 맞추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은 개인의 역량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것이 인터뷰 형식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심층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질문의 내용이나 형식들이 틀에 갇혀있고 답변의 내용이 전체를 조망하는 역할만 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사회 각 분야에서 진보적이거나 개혁적인 성향을 가진 열린 지식인으로 선발됐을 법한 지성인들과의 만남이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현행과 같은 교육제도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값진 기회를 가진 학생들의 생각과 의식이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까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래들에게 하나의 자극이 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권혁범, 임지현, 김상봉, 정희준, 강맑실, 백기완, 홍세화, 황대권, 정재환, 조희연, 이정우, 나희덕. 이상 열두 명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고등학생들에게 접해보지 못한 사회의 문제와 실제 생활에서 접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다. 대학에 입학해서 다음 세대의 주역이 될 학생들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관심들이고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내용들이다. 교과서와 입시 위주의 현행 교육제도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짙어지게 하는 내용들이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월간 <논>이라고 하는 학생용 논술 잡지에서 기획했고 초암아카데미에서 발행한 대입 논술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데 있다. 목적과 방법이 왜곡될 여지가 남아 있어 조금 아쉽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관한 부록도 학생들에게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피상적이고 수박 겉핥기식 대담으로 깊이가 없고 짧은 분량으로 많은 것을 담아내려는 약점은 책의 의도와 학생들과 지성인들과의 직접 대면이라는 형식에 가려질 만하다.

  그들은 우리의 내일이다. 책의 제목처럼 ‘내일’이 ‘오늘’에게, 미래가 현재에게 묻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나아갈 방향과 지표들을 읽어낼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대학 입학을 위한 ‘논술’이라는 망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올바른 눈과 비판적 안목을 길러주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학생들의 자세가 절실한 현실에서 학생들이 한 번쯤 읽어봄직한 책이다.

  삶의 방향과 생의 목적을 묻는 본질적인 질문들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기였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최소한 내가 살아가야할 사회에 대하 보다 진지하고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청소년들에게 열린 공간과 기회를 주어야 하며 현재의 어른들이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과 그들이 고민해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의미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오늘 이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이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아닌가 싶다.


0708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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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16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한 리뷰, 추천입니다^^

sceptic 2007-08-18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게 너무 진지하다는 단점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