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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스캔들 ㅣ 창비청소년문학 1
이현 지음 / 창비 / 2007년 5월
평점 :
청소년 혹은 1318세대라고 하는 구분과 명칭은 모호하기만 하다. 학생이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그저 나이를 기준으로 13세부터 18세까지를 같은 집단으로 묶기도 어렵다.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이라는 데 공통점이나 특징을 부여하는 것 이외에는 뚜렷한 성향을 파악하기 어렵다. 좌충우돌, 아노미, 질풍노도, 사춘기 등 전통적으로 청소년 시기를 명명하는 수많은 말들도 결국에는 성장의 과정에 있는 변화무쌍한 시기를 지적하는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
국적과 세대를 불문하고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아 가장 혼란스런 시기이며,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성장통을 겪는 세대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누구나 그런 시기를 거쳐왔으며 유사한 갈등 때문에 불면의 밤을 보내보았기 때문이다. 아련한 추억과 부끄러운 기억들, 두근거리는 떨림과 가슴 벅찬 희망이 뒤섞여 자기 생의 주체로 홀로 서야 하는 과정은 우리 모두의 과거이며 미래 세대의 현재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창비 청소년 문학’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이현의 <우리들의 스캔들>은 장편소설을 통해 이 시대 청소년들이 겪는 갈등과 고민의 단면을 보여준다. 장편임에도 단면을 보여준다고 말하는 이유는 특정한 사건에 얽힌 단순한 문제를 다양하고 다채롭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학교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식상하지만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의 청소년이 학생이며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게 변하지 않는 관료 조직인 학교의 생리와 모순들은 변화에 민감하고 개방적이며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학생들에게 억압과 통제의 수용소로 인식된다. 학교 자체가 가진 순기능을 주장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어이없는 일들과 마주치면 할 말을 잊는다. 학교는 늘 학생들의 중심에 놓인다.
여기서 학교 밖의 아이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떠나간 아이들, 대안 학교의 아이들과 직업을 가진 청소년들은 문학에서도 소외된 느낌이다. 물론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학교에 다니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고민이 가장 심각하겠지만 식상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자신의 정체성과 혼란스런 가치관의 문제에 직면한 청소년들의 문제를 좀더 깊이 있게 다루어주는 본격적인 청소년 문학을 기대한다. 기성 작가들의 경우에도 이 문제와 주제에 대해서는 소홀한 편이다. 소홀한 것이 아니라 관심 밖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소설들 - <지와 사랑>, <수레바퀴 아래서> - 은 한동안 밤잠을 설치게 했다. 사춘기의 혼란스런 시절들을 문학과 함께 할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다. 풍부한 감성과 깊은 사색은 성숙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그들은 우리들의 희망이며 미래이다. 단순하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과 삶에 대해 보다 진지하고 비판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최소한의 과정은 마련해주어야 한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그것이 왜 잘못되었으며 어떻게 고쳐나갈 수 있는지 대안을 찾아보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들이 필요하다. 현실에서 교육은 그러한 일에는 관심이 없다.
이 소설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오로지 정해진 규칙과 질서에 순응하는 인간을 요구하는 것이 학교 교육의 현주소이다. 미래의 학교가 궁금하다. 이대로 계속 버틸 수 있을까? 학교의 관료성은 상명하달과 의사소통 구조의 단절에 있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를 교육의 주체라고 이야기하지만 주체적인 힘이 발휘되거나 소통하거나 그들이 원하는 학교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학생과 교사는 끊임없이 충돌하고 학부모는 학교를 불신하며 교사는 학생을 믿지 못한다. 그들의 눈높이가 다르고 교육과 학교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자세와 마음이다. 사회의 시스템과 학교에 요구하는 일반인들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 상급학교의 진학을 위한 발판이나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혹은 보다 많은 돈과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도구로 학교가 전락해버린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사회의 요구에 적응해야 하는 학교는 교육의 방향과 앞날을 위해 제 몸을 바꿔나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학생들은 빛의 속도로 소통하고 어른보다 먼저 느낀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한 학급의 카페가 운영되고 그 과정에서 교생과 담임 교사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에피소드나 학교와의 불화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일상과 같은 것이다. 이런 내용이 하나로 묶이면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에서 하나 하나 스스로의 정체를 드러내며 반전을 보여주기도 한다. 소설의 내용은 충분히 학생들에게 공감을 얻을만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면밀한 조사가 아쉽다. 한참 사극을 보는데 저 멀리 배경이 된 도로 위로 자동차가 지나가는 장면과 같은 부분이 있다. 디테일을 놓치면 좋은 그림을 망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동 문학도 아니고 성인 문학도 아닌 ‘청소년 문학’이라는 미개척 분야에 대한 창비의 본격적인 도전은 관심과 결과가 주목된다. 보다 다채롭고 적극적인 기성 작가의 참여와 해외 문학 작품의 발굴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른과 청소년들이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을 기대한다. 그 작품들을 통해 세대 간의 공감이 이루어지고 서로의 입장과 문제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청소년 문학도 분명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070611-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