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미셀러니 사전 - 동서양을 넘나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앤털 패러디 지음, 강미경 옮김 / 보누스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나간 시간들에 대한 모든 일들을 적어 놓은 책은 있을 수 없다. 한 권의 책에 한 가지씩 나누어도 전부 담을 수는 없다. 어차피 모든 역사책은 취사 선택의 결과물이다. 객관적인 역사 서술 방법은 있을 수 없다고 믿는다. 그 역사가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듯 무엇을 적을 것인가에 이미 사관이 개입된다. 역사를 통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간에 대한 무수한 충고들 속에서도 우리는 이미 오래된 미래를 간과하기 쉽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역사의 중심에 인간이 놓여야 한다는 것도 일종의 편견이다. 지나온 시간들을 인간을 중심으로 파악하는 것도 이기적인 인간들의 모습일 뿐이다.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명멸했겠는가. 앤터 패러디의 <역사 미셀러니 사전>은 조금 색다른 시각과 방법으로 역사에 접근한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책에 대한 자신감이라기보다는 특징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빌 브라이슨이 쓴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을 연상하면 곤란하다.

 자연사, 문화사, 생활사, 과학사 등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는 이 책은 잡학 사전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깊이 있는 지식을 전달할 목적이 아니다. 사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지만 저자의 이름처럼 패러디와 풍자를 특징으로 삼고 있다. 재미있게 역사에 접근하자는 말이다. 머리 아프고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라 단순하고 쉽게 세상에 관한 역사를 조금씩 다른 시각과 방법으로 접근하자는 의도이다. 하나의 주제를 아주 짤막한 형식으로 정리해 놓는 방법으로 서술되어 있다. 누구든 쉽게 심심풀이용 혹은 잡학 상식 사전용으로 읽으면 된다.

 저자의 다른 책을 읽고 이런 방식의 글쓰기나 지식에 대한 접근 방식이 내키지 않는 독자라면 물론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기도 하다. 역사를 수필로 풀어내는 논문을 쓰든 독자 입장에서는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한 법이다. 간단하고 명료한 방식으로 핵심을 전달하기 보다는 가볍고 재치있게 전해주는 내용이 그리 달갑지 않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다시 같은 형태의 책을 보고 싶은 생각은 없어진다.

 다만 이 책은 같은 대상이나 항목에 대해 다른 책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시각과 방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도구’를 ‘인간의 부질없는 욕심을 실현시키는 수단’이라고 정의하거나, ‘화장실’을 ‘정보와 소식을 주고 받았던 모임 장소’로 설명하는 방식 등이 그렇다. 같은 사물에 대한 다른 설명이 가능한 것은 주관적인 판단이나 견해가 아니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이다. 생각해 보면 모든 것에 대한 역사 서술 방식은 앤털 패러디처럼 독특하고 뚜렷한 관점이 아니라면 별 의미도 재미도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가볍고 재밌는 잡학 상식 사전 이상을 기대하면 돈을 다칠 수 있다. 화장실에 비치해두고 읽을 만한 책이다. 저자의 목적이 그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수많은 방법 중의 하나를 선택했을 뿐이다.

070117-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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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1-19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한번 사서 봐야 겠네요. 행복한 주말 되세요.

sceptic 2007-01-2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심풀이로 읽을만 합니다. 즐거운 시간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