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인문학 - 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
얼 쇼리스 지음, 이병곤.고병헌.임정아 옮김 / 이매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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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치에 지독하게 민감하다. 그러면서 정치적인 삶을 살지 않는다. 뉴스에 보도되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행위를 술안주 삼아 씹어대지만 우리의 사유와 태도와 그리고 행동 방식은 정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도 한나라당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하고 조선일보의 관점으로 현실을 비판하며 자신의 생각으로 착각한다. 왜 그럴까? 라이히는 <파시즘의 대중심리>에서 억압된 가부장적 생활 양식때문이라는 성정치학을 주장했지만 자신의 계급과 모순된 사고방식과 정치 행태를 쉽게 진단하기는 어렵다. 이런 현실은 지속되며 쉽게 바뀌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자신의 위치와 생활을 확인하고 삶의 근본적인 목표와 태도를 결정하는 일은 어디에서 배워야 하는 것일까?

정규 학교 교육을 통해서 난 이런 것들을 배우지 못했다. 하물며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교육의 혜택을 제대로 입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는 더 할 것이다. 얼 쇼리스는 인문학을 통해, 정치적 삶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가난 때문에 겪는 고립적 삶을 벗어나 민주 시민으로서 정치적 삶을 누리고 그 안에서 희망과 행동하는 삶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을 통해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는 전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얼 쇼리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확신을 행동으로 옮긴다.

미국에서 시작된 클레멘트 인문학 코스는 이제 세계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얼 쇼리스의 작지만 엄청난 실험은 성공적이었으며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또다른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최고의 학생들을 위한 최고의 교육은 곧 모든 이들을 위한 최고의 교육이다.”라는 허친스의 말을 교육 방법으로 굳게 믿고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 삶을 행동하는 삶이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적절하다. 왜냐하면 정치적 삶은 질서와 자유 사이의 공간을 지속적으로 찾아가는 행동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인데, 이것이 바로 정치, 또는 중용이기 때문이다. - P. 67

수강생들로 하여금 공적인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하고, 가난한 탓에 겪는 고립에서 벗어나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목표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는 말이다. 클레멘트 인문학 코스는 여러 학문 분야를 통합한 형태의, 대학 수준의 강좌인데, 교수 방법으로는 여전히 소크라테스식 방법론이 활용되고 있다. - P. 202


책을 읽으면서 부족한 인문학 지식에 부끄러워진다. 서양의 문화와 그들의 정신을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철학과 역사, 예술 일반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과 지식을 얻을 기회가 없었다. ‘철학아카데미’나 ‘연구공간 수유너머’와 같은 곳을 통해 자발적인 노력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엉뚱한 발상이지만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인문학은 절대로 필요하다.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정신적 흐름과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예술에 대한 안목은 가난한 삶을 벗어나기 위한 헛된 방법론이 아니라 가장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을 우리도 시행하고 있다. 과명시 평생학습원과 노숙인 다시서기 지원센터의 인문학 과정이 그것이다. 인문학은 자신을 성찰하고 자기의 이유로 살아가는 삶의 희망을 갖게 한다. 인간으로서의 삶의 가치에 대한 자각은 가난한 사람들 보다 더 많은 것들을 잃고 살아가는 바로 우리들의 과제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얼쇼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타자의 행복을 보장하는 일은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목표다. 그리고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민주주의는 모든 것을 무릅쓸 만한 가치가 있는 위험이다. - P. 426

민주주의가 세상의 절대 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수많은 모순과 단점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우리는 민주적 삶에 대한 가치와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는 당위와 만나게 된다. 타자의 행복을 위해 무릅쓸만한 가치가 있는 위험이라면 기꺼이 그 위험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 자그마한 실천과 노력으로 함께 행복할 수 있다. 인문학 과정의 전폭적인 지지와 동참이 아니더라도 모두 함께 가는 길을 찾아야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동안 당연한 우리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070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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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1-12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양인문학자들과 우리나라 인문학자들은 질적으로 다르지요.

sceptic 2007-01-1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많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인문학자를 찾기 힘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