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이야기 - 이국적인 유혹의 역사 살림지식총서 251
정한진 지음 / 살림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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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달콤한 맛의 유혹과 부드러움에 대한 강렬한 이끌림을 떨치기 힘들다. 어떤 형태로든 초콜릿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외래 음식은 먹는 기호 식품이라기보다 하나의 상징이다.

보통 발렌타인 데이는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제과 업체들이 노리는 대목이다. 19세기말 영국의 캐드버리사에 의해 시작된 발렌타인 데이의 선물용 포장 초콜릿은 이제는 보편적 현상이 되었다. 사랑을 고백하는 날에 초콜릿을 선물한다는 것은 그만큼 초콜릿의 맛과 향이 사랑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유혹은 초콜릿의 기원과도 무관하지 않다. 카카오 열매에서 분리된 씨앗을 갈아 마시는 초콜릿 음료는 멕시코에서 시작되었다. 잉카와 아스텍 족에 의해 신들의 음식으로 불리워진 이 음식은 콜럼부스가 1502년에 발견했지만 스페인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에 의해 본국에 전파된다. 이후 유럽으로 서서히 확산되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 이어 영국과 네덜란드 스위스로 퍼져 나가면서 초콜릿은 특권층만이 향유할 수 있는 음료였고 주로 몸에 좋은 약용이나 최음제의 효력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카톨릭에서 종교인들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기도 한 음료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판형 초콜릿은 1830년경 영국 프라이사와 캐드버리사에 의해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후 밀크 초콜릿과 액상 초콜릿을 부드럽게 하는 ‘콘킹’ 기술이 개발되어 지금에 이르게 된다. 벨기에나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었고 특히 1920년대 미국의 허시에서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키세스 등에 의해 대중화 획일화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병사들에게 군용식량으로 초콜릿 바를 지급한다. 육이오 전쟁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초콜릿이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대량 생산된 초콜릿의 경우 설탕과 유제품의 함량이 많아 카카오 고유의 맛과 향을 느끼기 어렵다. 질 낮은 바닐라 향을 첨가한 초콜릿은 카카오에서 추출된 본래의 맛을 떨어뜨린다. 초콜릿은 당과류나 과자류로 변형되어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얼마전 롯데 제과에서 나온 ‘드림 카카오 56’는 대량생산 초콜릿의 맛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일본에서는 진작부터 56, 73, 85, 99 등 카카오의 비율이 상당한 초콜릿을 판매 했으며 카카오의 성분이 건강에 이롭다는 말 한마디에 판매량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카카오 99% 초콜릿은 블랙에 가깝고 단맛은 거의 없으며 향이 강하고 거의 쓴맛에 가깝다. 차안에 두고 출출할 때 답답할 때 한 알씩 녹여먹는 비상 식량으로 손색이 없다. 드림 카카오 56은 자이리톨 이후 롯데의 대박 상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책에는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종류 그리고 먹는 방법까지 다양하고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생리학과 심리학적 관점에서 초콜릿이 주는 의미를 살펴보는 부분이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는 부분이 너무 소략해서 아쉽지만 전체적인 궁금증을 풀어주는 데는 손색이 없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나 좋아하는 음식들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짧고 간단하게 읽어낼 수 있는 시리즈의 장점을 잘 살린 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초콜릿은 여전히 달콤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다양한 제품들이 선보이고 다양한 가공 방법들이 생기겠지만 먹는 음식을 넘어서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사회적 기호로서 초콜릿을 대하는 방식보다는 맛있는 음식으로 입안에서의 미각으로 먼저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커피와 더불어 생산과정에서 아프리카 노예들의 강제 이주와 노동으로 점철되어온 역사를 생각하면 입맛이 쓰다.

초콜릿이든 아이스크림이든 뭔가 달콤한 맛이 생각나는 날이다.


070109-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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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1-10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은 초콜릿이나 단팥이 든 빵, 단 것을 먹고 싶어지는 밤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sceptic 2007-01-10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행복하게 보내고 싶어요...님도 오늘은 초콜릿 한 조각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