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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삶과 교육사상 - 교사를 위한 국어교육의 길잡이
이주영 지음 / 나라말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한 사람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환산할 수 있을까?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하다보면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상상한다. 세상을 살면서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고 사회를 변화시킨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는 일은 어떤 형태로든 아름답다. 개인적 삶을 넘어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주영의 <이오덕 삶과 교육사상>을 읽으면서 숙연해졌다. 그 분의 책을 읽으면서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또 다른 형태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오덕 선생님이 가르치려고 했던 바른 우리말과 글 속에는 그 분의 삶이 오롯이 녹아 있다. 한 인간이 신념을 갖고 그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존경받을 만한 삶이다. 더구나 개인적 이익에 반하고 사회의 억압적 분위기 속에서 이기적 욕망들을 버려야 하는 일이라면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은 그런 면에서 선명한 빛깔로 미래를 제시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빛바랜 낡은 사상도 있고 시대를 앞선 생각들도 많이 있다. 이오덕 선생님은 이 땅의 교육 민주화와 글쓰기 교육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숱한 후배 교사들에게 진정한 선생의 모습을 몸소 실천하셨다. 석사학위 논문으로 쓰여진 글을 수정해서 출간한 이 책은 단순한 이오덕 선생에게 바치는 헌사와 다르다.
이오덕 선생님의 삶을 통해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을 앞세워 출범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사상적 배경까지 읽어낼 수 있다. 단순한 이익 집단으로 볼 수 없는 단체의 출범은 이오덕 선생님의 생각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 분이 걸어온 길과 민주화를 선언한 교육계의 목표는 어디를 지향하고 있을까. 과연 민주 교육은 무엇인며 삶을 가꾸는 교육인 인간화 교육은 무엇인가. 한 권의 책으로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은 그 질문들에 대해 선생님의 삶을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배운다. 누구에게 무엇을 배우느냐 하는 것을 선택할 수 없는 것이 학교교육의 가장 큰 단점이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에 맞춰 교사들이 가르치는 내용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우리의 배움은 시작된다. 그렇다면 부모는 물론이지만 교사의 역할은 얼만큼 중요한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한 사람의 생애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참 스승 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망망한 대해에서 밝은 등대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우리에게 그런 선생님이 계신가 돌아보게 된다. 이오덕 선생님은 충분히 그러한 존재이다. 살아생전에는 물론이고 2003년에 타계하신 후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한 개인의 작은 노력으로 이루어진 책이 아니라 선생님의 뜻을 기리고 존중하며 그 가르침을 이어가는 노력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모든 분들의 바람과 마음들이 이 책을 통해 전해진다. 수많은 단체들에 관여하면서도 개인적 이익이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참교육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후학들은 알 것이다.
‘논술’이라는 괴물이 온 나라를 흥분시키고 있다. 이오덕 선생님의 수많은 책들 중에서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한 권만이라도 제대로 읽어본다면 우리가 지향해야할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듣고 말하는 것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국어 교육의 내용이 아니라 우리들 삶의 형식이다. 국어지식과 문학 이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이오덕 선생님이 평생을 지켜온 생각이 아닌가 싶다.
밝고 화려하게 빛나는 등불이 아니라 희미하지만 어둠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길을 밝혀 주는 이오덕 선생님의 삶과 사상은 이 땅의 수많은 후배 교사들과 교육자들 그리고 선생님의 제자들을 통해 전해질 것이다. 한 사람 또 한 사람 같이 걸어가다 보면 길이 생길 것이다. 그 길은 이제 시작은 아니다. 선생님이 걸어간 길을 넓고 단단하게 하는 일이 남겨져 있다. 참다운 인간 교육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이 땅의 모든 부모들과 교육자들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내용이다.
061228-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