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물리학
로버트 어데어 지음, 장석봉 옮김 / 한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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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간의 몸은 아름답다. 그 몸의 우아한 동작도 아름답고 격렬한 움직임도 아름답다. 미적 성취를 이루어내는 무용은 예술이 되었고 생존을 위한 동작들은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로 발전했다. 축제와 즐거움의 무대였던 고대 체육은 이제 자본과 결합되어 산업이 되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있는 축구와 더불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스포츠가 야구일 것이다. 축구는 축구공과 선수 사이에 축구화 이외의 매개물이 없고 인간의 움직임이 주된 스포츠지만 야구는 수많은 장비의 발달과 공과 인간 사이의 배트라고 하는 또 다른 도구가 개입된다는 점에서 축구와 다르다.

모든 종목이 그렇겠지만 발달된 과학기술이 개입된 후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진다. 개별 종목들은 전문적인 분야로 발전하고 특별한 장비와 기술을 보유한 ‘선수’가 나타난다. 국가의 명예를 건 순수 아마추어 스포츠 제전이었던 올림픽은 옛말이 되었다. 프로화되 스포츠는 자본과 결합되어 총체적인 산업으로 발전했다. 미국에서 발달한 프로야구는 승부를 위한 각 개인과 팀들간의 무한 경쟁이 이루어졌고 팬들의 입장에서는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보다 멀리 힘차게 공을 보내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물리학이 과학에 개입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로버트 어데어의 <야구의 물리학>은 물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야구’이다. 공중을 날아오르는 야구공의 비행은 야구가 지닌 특별한 의미이다. 투수가 공을 던지가 타자가 배트를 이용해서 공을 친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회전방향과 공기 마찰에 따라 휘어지기도 하고 궤도를 수정하기도 한다. 배트의 반발계수와 바람의 세기에 따라 공의 비행거리는 달라진다. 수비는 낙하지점을 예상하고 달리고 받고 던진다. 단순해 보이는 이 과정들 속에 숨어 있는 물리학의 신비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만큼 복잡할 것이다. 그래서 물리학자가 야구에 손을 댔다.

수많은 데이타와 야구의 실제 상황을 결합해서 독자들에게 야구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상황들을 설명한다. 물론 이 책은 야구를 ‘보다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한 노력 이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현실에 적용되는 모든 응용물리학은 그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열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야구를 좋아하는 저자와 메이저리그에서 일하는 지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누가 이런 힘든 짓을 하겠는가. 좋아하면 알게된다. 보다 더 잘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쓴 저자의 정성만은 감탄할 만하다.

우리나라도 프로야구가 출범한지 20년이 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역 연고를 중심으로 생활속에서 야구를 즐기고 있다. 복잡한 규칙과 다양한 전술을 알고 즐기는 것은 야구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관심 없는 대상에 대한 앎은 무의미하다. 이 책은 야구팬을 위한 ‘야구 백배 즐기기’ 쯤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각 장에서 ‘야구공의 비행, 배트의 스윙, 투구, 타격, 배트의 성질, 달리기, 수비, 던지기’를 다루고 있다. 단순히 개인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야구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가지 과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계산된 훈련과 다양한 작전들이 결합될 때 승리를 위한 각 팀들의 열정은 빛이 날 것이다. 각 장에서 저자는 야구의 원리를 물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지루하고 딱딱한 문장들은 어쩔 수가 없다. 야구의 역사 속에서 발전과정을 살펴보고 실제 자료들을 바탕으로 야구의 원리들을 이해하는 재미는 특별하다. 게다가 앞으로 우리가 즐길 야구라는 스포츠의 이면과 원리를 들여다보는 것은 야구팬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메이저리그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국 사람이 쓴 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용되지 않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미국 프로야구에서나 가능한 책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관점에서 야구를 설명하는 책도 가능할 것 같다. 승리를 위한 각 팀들 간의 스토브 리그가 시작된 지금 봄과 함께 찾아올 프로야구를 기다리는 즐거움을 이 책을 통해 배가 시켜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061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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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1-22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읽고 갑니다. 야구에도 지체 없이 물리라는 놈이 관여를 하고 있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sceptic 2006-11-22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