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멍청이

 

듣기만 해도 기분좋아지는 단어가 있다. 영어 Nice도 그 중 하나다. 우리 말로는 멋진, 근사한이라고 할 수 있다. 둘다 상쾌하지만 아무래도 Nice의 어감이 더 산뜻하다. 그래서인지 나이스를 이름으로 한 회사도 많고 아이돌 그룹들도 제목이나 가사에 많이 쓴다. 세븐틴의 아주 나이스가 대표적이다. 노래도 타이틀만큼 신난다.

 

그러나 나이스의 어원은 뜻밖에도 멍청이다. 라틴어 Nescius는 아는게 없는, 무식한 이라는 뜻이다. 이 말이 영어로 넘어오면서 까다로운, 엄격한이라는 의미로 변형되어 쓰이다 지금의 풀이로 정착했다. 정말 백팔십도 변한 셈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다. 세상을 살다보면 가장 꼴불견인게 아는척, 잘난척, 있는척 하는 사람이다. 반면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면 왠지 배려받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기자들은 허름한 복장으로 유명한데, 우리나라는 예외인 경우도 있지만, 그 이유는 취재를 받는 사람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일부러 초라하게 다니는 것이다. 요컨데 나이스는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어도 상대를 배려하여 귀를 기울이고 겸손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비록 겉으로는 바보처럼 보일지라도.

 

덧붙이는 말

 

나이스가 가장 인상적으로 쓰인 이야기중에는 아기사슴 밤비가 있다. 친구들과 신나에 놀고 돌아온 밤비는 엄마에게 동무들의 단점을 말하며 투덜댄다. 그러자 어미는 정색을 하고 경고한다.

 

If you can't say somthing nice, don't say nothing at all.

근사하게 말할 자신이 없다면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이 문장이 너무 마음에 들어 늘 머릿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이 글을 쓰며 다시 끄집어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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