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와 2부로 나누어 전개되는 듯한 영화 <기억의 밤>. 연극무대에 올렸다면 더 좋을뻔 했다.
진부한 아이디어, 뜬금없는 반전
평소처럼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나를 대하는 아내의 태도가 살짝 다르다. 무심히 왔어?라고 말해야 하는데 왔어요라고 답한다. 이상하지만 차마 왜 그러는지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는다. 지난달 술값으로 왕창 나간 카드비가 여전히 마음에 걸려서다. 그러고보니 애들도 이상하다. 왠일로 얌전하다. 첫째와 그렇다쳐도 둘째는 아빠한테 매달리느라 정신이 없는데. 갑자기 나이가 훌쩍 먹었나?
<기억의 밤>는 누구나 한번 경험했을법한 기이한 공상에 기반하고 있다. 곧 내가 알던 모든 사람이나 상황이 그대로인데 뭔가 다른 것인듯한 느낌. 영화는 이사로 시작한다. 새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첫날밤에 발생한다. 전주인이 놓고 간 집이 가득찬 이층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감지된다. 게다가 형도 이상하다. 분명히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절게 되었는데 오른쪽이 절룩거린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드 조금씩 다르다. 대체 이 놈들 정체가 뭐지?
사실 이런 설정은 진부하다. 이미 헐리우드에서는 써먹을 대로 써먹은 기법이다. 나를 속이려고 모두가 작당하고 미궁에 빠트린다. 결국 비밀은 엉뚱한 곳에서 밝혀지는데. 이 영화도 이 방식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배경만 바뀌었을 뿐. 그러고보니 긴장감보다는 과장된 강박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곧 극장에서 연극을 보는 기분이랄까?
그대로 쭉 밀어붙여 스릴러로 가져갔다면 그나마 열린 결말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쓸데없이(?) 반전을 만들어 이게 뭐지라는 허탈감을 자아낸다. 만약 후반부가 강했다면 이해가 가지만 전반부가 워낙 밀도가 높았기에 도리어 맥이 빠진다. 쓸데없는 잔재주 위주의 재치가 영화를 망쳤다. 그럼에도 강하늘의 연기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