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짓도 하지말고 일단 지켜 보라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꽤 견고하다. 약간의 등락은 있지만 60퍼센트 중반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상대적으로 정권 초반기이고 개인적인 매력 덕도 크지만 사실은 전 정권의 막장에 대한 반사이익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구체적으로 정책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중에는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야 효과를 보는 것도 있어 두고봐야 하지만 당장 악영향을 끼치는 방침도 있다. 재건축을 둘러싼 주택정책이 그 예다.

 

내 생각에 문제인 정부의 주택정책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 우선 문제진단이 잘못되었다. 집값상승의 요인을 투기꾼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앞뒤를 거꾸로 본 것이다. 투기꾼들이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따라 붙은 것이다. 곧 왜 오르고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만약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왜 지금 이 시기에만 집값이 오르겠는가?

 

부동산은 경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락기에는 축적되어 있지만 상승기에는 거래가 활발하게 되어 있다. 여기에 재건축처럼 새로운 상황이 생기면 자금이 쏠리게 마련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시적으로는 엄청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정 시기가 지나면 안정을 찾게 된다.

 

또한 부동산은 입지가 전부다. 강남 집값이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각종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는 쾌적한 주거환경에 살고 싶지 않은게 비정상이다. 도리어 강남은 저평가되어 있다고 보는게 맞다. 뉴욕이나 도쿄와 비교하면. 이유는 민간주택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사실 공공이 전권을 쥐고 있다. 차라리 처움부터 임대정책을 폈다면 달라졌겠지만 여하튼 소유자 분양중심 주택을 일관되게 펼쳐왔다. 곧 각종 인허가권은 정부가 갖고 실제 건설은 기업에 맡겼다. 민간주택이든 공공주택이든.

 

따라서 강남이 로또를 맞은 측면은 있지만 입지의 강점을 무시하면서까지 공공이 개입하는 것은 도리어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실제로 강남을 잡겠다고 정책을 펼쳤는데 정작 피해는 주변이나 강북, 더 나아가 지방이 받고 있다. 여러 곳에 집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다 차분하게 강남으로 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도세를 올린 마당에 보유세까지 건드리면 그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강남은 절대 집을 내놓지 않을 것이고 다른 지역은 매도하기 바빠질 테니까.

 

역설적으로 지금의 재건축 정책은 강남의 가치를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초과이익환수액이 8억이 넘으면 집값은 대체 얼마란 말인가? 이제 강남은 그야말로 다이어몬드 땅이 되어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전개되는 것이다. 만약 진짜로 집값상승이 문제라면 행정명령으로 세금(취등록, 보유세, 양도세 등)만 최소한으로 손보았으면 된다. 흰 도화지에 살짝 묻은 얼룩을 뺀다고 비비다가 더 번지니까 아예 검정색 페인트를 들이 붓는 꼴이 되고 말았다.

 

행정학 용어에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정책 Do Nothing Policy이 있다. 실제로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는게 아니라 비용편익을 포함한 다양한 분석을 한 후 정책을 펼치지 않고 지켜보는 것Wait And See이 너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러질 못했다. 정권을 잡자마자 무언가 보여주어야겠다는 과욕 참사를 불렀다. 게다가 과거 정권에서 실패했던 맴버들이 고스란히 똑같은 접근을 하고 있다. 투기는 악이며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렇게 누른 풍선의 파편이 어디로 튈지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채 문제다 싶으면 이리 쑤시고 저리 건드리느라 쓸데없는 힘만 낭비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