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자기 자리가 있다

 

아내는 잠들기전 머리를 묶었던 끈을 아무데나 놓는다. 자신의 것이니 상관은 없지만 문제는 어디 두었는지 몰라 나한테까지 물어본다. 항상 같은 곳에 두면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이제 내가 아예 전담이 되어 머리끈을 고정된 곳에 두는데 끈을 풀때마다 신경질을 내니 이건 뭐.

 

뭔가를 잃어버리거나 잊는 성격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밴 습관 덕이다. 이를 테면 다음날 학교가기 전에 준비물이나 책이나 공책을 가방에 넣고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자는 식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준비성이 더욱 필요하다. 뇌세포가 아무래도 늙어가니 깜빡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영어에도 이런 상황에서 쓰는 표현이 있다. Everything Has A Place. 우리 말로 하면 모든 것에는 자기 자리가 있다. 단지 물건만이 아니라 사람도 자신의 위치를 잘 지키는 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버스운전사는 핸들을 잡고 지하철 기관차는 레버를 조종하고 요리사는 음식을 만들고 글쟁이는 글을 쓴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새삼 아담 스미스가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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