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어느 나라 언어든 배우는 과정의 가장 마지막 단계는 글쓰기다. 듣고 말하는 건 어느 정도 한다는 사람도 막상 글짓기를 해보면 엉망이다. 연예인 강남을 봐도 그렇다. 사실 모국어라 해도 누구나 글을 잘 쓰는건 아니다. 그만큼 어렵다. 나도 골머리를 앓았다. 영작이 너무 어려워서다. 방법은 단 하나.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또 반복. 영작 책 한 권을 정해 일주일에 한번씩 죄다 외워 썼다. 그럼에도 틀린 문제는 반드시 또 틀리곤 했다. 마치 수학의 오답처럼. 원인이 뭘까 고민하다 알게 되었다. 사고가 완전히 다른거다.

 

여하튼 내가 가장 힘들었던 문장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의 영작이었다. 매번 Thank you for 로 시작하며 헤매곤 했다. 분명히 정답을 알고 있음에도. 물론 언어가 숫자처럼 딱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여하튼 영어 표현은 "We Had A Great Time"이다. 처음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감사한 것과 굉장한 시간을 보낸게 어떻게 연결되지? 그러나 곰곰 생각하다보니 어느 순간 앗하는 깨달음이 왔다. 좋건 싫건 헤어지는 건 힘든 일이고 다시 보게 될지 아닐지도 모르는 불분명한 상황에서 과연 마지막에 어떤 표현을 해야 서로가 만족할까? 그것은 나와 네가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는 말이어야 하지않을까? 설령 아픈 기억이 있었을지라도 그 또한 언젠가는 그리워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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