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세요?" 와 "내가 아는 사람입니까?"

 

영어를 공부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발음이나 문법이 아니라 사고방식이다. 우리처럼 두리뭉실하게 말해도 알아 듣는게 아니라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늘 "나"가 있다. 나와 우리는 하늘과 땅 차이다.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집단에 속해 개인을 비난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약점이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영어를 익히다보면 혼란을 겪게 된다. Do I Know You?도 그런 예다.

 

우리 말로 하면 내가 널 아니라는 뜻인데 선뜻 와닿지 않는다. 누군가 잘 모르는 사람이 나를 안다고 말 할때 우리는 저 아세요?라고 물어보기 때문이다. 언뜻 들으면 상대를 배려하는 말같지만 사실은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곧 실제 내가 모르더라도 언제 또 만나게 될지 모르니 대충 넘어가는 식이다.

 

그러나 영어는 다른 사람이 나를 아는채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을 인지하는지가 핵심이다. 사실 이 표현이 정확하다. 만약 상대가 나를 잘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 할 때 "(혹시) 저 아세요?"라고 묻는 것과 "내가 아는 사람입니까?"라고 말하는 것 사이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요컨대 그 순간 더이상 이야기를 끌지 않고 맺음을 지을 수 있다. 혹시 나중에라도 아는 사람임이 밝혀져도 크게 무례는 아니니까.

 

그러나  잘 모르면서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면 그 자체도 피곤할 뿐만 아니라 다툼이 생길 수도 있다. 왜 진작 말을 하지 않았냐면서. 미투운동도 사실은 처음부터 자기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예를 들어 술자리에서 누군가 내게 추근거린다고 해보자. "저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나 지금 당신한테 성추행당했거든요"라고 말할 것인가? 해결방법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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