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드디어 <오직 두 사람>을 읽었다. 이 말은 세간의 평가가 잦아들고 온전히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유명세 때문에 과장되거나 축소된 소설은 얼마나 많았던가? 우선 이 책은 단편을 모은 것이다. 하나의 서적으로 엮을 것이라는 염두를 두지 않고 쓴 글이다. 그럼에도 묘하게 일관된 주제가 흐르는데 그것은 상실감이다. 크던 작던 사라진 그 무엇에 대한 감정이 일렁거린다.

 

여느때처럼 일요일이면 의무처럼 하는 수영을 마치고 동네 도서관에 들러 책을 고르고 자판기 커피를 마신 다음 공원을 설렁설렁 뛰면서 내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건강, 재산, 자신감. 다행이 전적으로 허물어지지는 않았다. 쇠퇴하고 있는건 분명하지만. 대신 새로 생긴 것들도 있다. 여유롭게 책을 읽고,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을 글로 남길 수 있는 것도 그 중하나다. 김영하는 상실이 단지 슬픔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임을 은연중에 비춘다.  

 

덧붙이는 글

 

작가가 나이들면 글도 올드해진다. 문장도 점차 길어지고 대화보다는 설명이 잦아진다. 안타깝게도 김영하에게서도 이런 조짐이 보인다. 초창기 발랄하다 못해 엉뚱하기까지 했던 그의 분신들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죄다 심각하고 관념적이다. 소설가에게 그런 세상은 막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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