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학의 사생활
오가와 히토시 지음, 박진열 옮김 / 라르고 / 2017년 10월
평점 :
티브이에는 어린아이의 목을 졸라 죽인 인간이 태연하게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변은 분노와 고함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마이크를 든 기자는 죽여 마땅한 인간이라는 표정으로 멘트를 한다. 화면을 보던 남자도 함께 흥분하여 저런 개자식이라고 소리치는데 곁에 있던 아들이 아버지를 행해 한마디 한다.
"아빠, 왜 사람을 죽이면 안 돼?"
사내는 순간 멍해진다. 화가 나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하고 한숨도 나온다. 그러다 깨닫는다. 아, 아직 아이지.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설명헤야 하지? 왜 사람을 죽이면 안되는지? 그냥 당연한 거라서. 아니면 남의 목숨을 해치는건 인류보편의 윤리에 어긋나서. 혹은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를 위헤서. 답은 없다. 인류역사를 돌이켜보면 다른 이의 생명을 앗아가고도 영웅대접받는 경우가 많다. 전쟁이 그렇다. 그건 특수한 상황이니까. 글쎄? 공통의 도덕을 어떻게 상황을 봐가며 적용하지?
<철학의 사생활>은 이처럼 곰곰이 생각할거리를 만들어주는 책이다. 마흔아홉개의 상황을 설정하고 각각의 경우에 대처할 논리를 철학자의 사고로 풀어간다. 어떤 주장은 매우 일리가 있고 일부 의견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여겨지지만 잠시 멈추고 사고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매우 탁울한 서적이다. 올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일치감치 2018년의 베스트 책들 가운데 하나로 점찍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