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포티의 <냉열한>을 토대로 일본에 적용시켜 만든 영화. 미국의 살인자가 그야말로 냉철하게 총으로 살해를 감행하는 반면 이와오는 끈적끈적한 관계속에서 망치와 칼로 어렵사리 해치워나간다. 쇼헤이 감독은 원시감정과 마쵸이즘을 적절히 구사하여 매우 기분 나쁜 영화를 만들어냈다. 2018년 대한민국 여성이 본다면 매우 역겨운 장면들도 많다. 일본의 여성학대는 뿌리깊은 신앙과도 같다. 그토록 성노예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날까 두려워서가 그에 왜 문제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한국의 요구로 불가역 선언을 한 상태에서 돈까지 줬는데 말이다.

 

 

인생씨네마까지는 아니다

 

 

바깥 기온은 영하 17도. 체감 온도는 마이너스 20도를 웃돈다. 올 들어 가장 추울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어보지 못한 북극 겨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가야 할까? 고작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갔다. 극장 안은 예상대로 한산했다. 예매는 거의 꽉 찼는데 자리가 많이 빈 것을 보면 역시 날씨 탓이 크다. 그래, 보자.

 

<복수는 나의 것>은 박찬욱 감독 덕에 유명해진 영화다. 그가 인생씨네마로 추천한 덕이다. 숭배가 어느 정도인지는 같은 제목의 영화를 만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무튼 출발은 살인이다. 그냥 망치로 때리고 칼로 쑤셔버린다. 그 어떤 가식도 폼도 없이 마구잡이로 휘들러댄다. 자신의 손에 상처가 난 것도 모른채. 동기는? 글쎄. 그게 애매하다. 겨우 5만 엔 정도의 돈을 털기 위해 그런 짓을 했다고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영화는 과거로 거슬러간다. 일본제국주의가 광분하던 시절. 아버지는 배까지 빼앗기고 마는데 반항기 강한 아들은 군인에게 저항한다. 정의를 갈구해서가 아니라 폭력성이 강해서다. 아이는 자라 성인이 되고 임신을 시켜 결혼한 부인을 두고 결국 감방에 가게 되는데. 이상한 일은 그 때 벌어진다. 아내와 시아버지의 관계가 오묘한 것이다. 

 

이와오는 그 사실을 알고도 아랑곳없이 살인 행각을 이어나간다. 늘 여자를 끼고. 그 중 한명은 여관집 주인인데 아무래도 재일동포다. 김치를 담그는 것을 보면. 둘은 사랑의 도피까지 꿈꾸지만 역시나 이와오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이유는? 없다.

 

결국 이와오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참고로 일본은 여전히 사형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실제 강행하고 있다.  남은 것은 부인과 아버지뿐. 둘은 뼈로 남은 아들을 높은 전망대에서 뿌린다.

 

정직하게 말해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몇몇 살해장면이 놀랍기는 했지만 경악스러운 느낌은 없었다. 도리어 에로티시즘이 강했다. 1979년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개방적인 나라였다. 박찬욱 감독이 왜 그토록 감명받았는지는 아마도 시대상황과 연관이 있는 듯싶다. 한국에서는 전혀 꿈조차 꿀 수없는 살인자를 영웅시하는 영화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엉성하고 지루한 면이 많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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