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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기원 - 예일대 최고의 과학 강의
데이비드 버코비치 지음, 박병철 옮김 / 책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을 마주하게 되면 살아온 기억이 역순으로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한다. 사실이다. 경험했기 때문이다. 천운으로 살아남았지만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경사진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내려갔는데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바이크는 거대한 콘크리트 벽을 향해 쏜살같이 내달렸다. 동시에 내 삶이 초고속 열차 창문에 비친 영상처럼 스쳐지나갔다.
<모든 것의 기원>은 지구를 넘어 우주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과연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지금까지의 정설은 빅뱅이다. 어느 한순간 폭박하듯 생겨났다. 기독교인들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반박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사실인걸. 먼지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나는 매일 저녁 집안을 청소한다. 꼼꼼하게는 아니다. 대충 걸레질을 하는게 전부다. 당연히 구석에는 먼지가 쌓인다. 처음에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 확 눈에 뜨인다. 먼지가 스스로 굴러다니면서 다른 먼지들과 뭉쳐 덤탱이가 된 것이다. 우주도 그렇게 생겨났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쾅하고 터지면서 온갖 파편들이 헤엄쳐 다니며 서로 부딪치고 엉키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낸다.
우주의 탄생과 지금까지의 역사를 24시간에 비유한다면 지구는 23시가 지나 겨우 모습을 드러내고 인간은 마감에서 백분의 사초를 남기고서야 등장한다. 우주라는 시간에서 인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미미한지 알 수 있다. 사실 우주를 알아야 할 이유가 없는 법이다. 그러나 인간은 모든 생명종에서 가장 호기심이 많다. 우주라고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모든 것의 기원>은 예일대 과학강의를 모은 책이다. 저자 데이비드 비코비티도 말했듯이 슈퍼카를 타고 휙 지나가는 식의 내용이지만 우주라는 거대한 서사시를 이렇게나마 볼 수 있는 건 행운이다. 더불어 최근 가장 큰 환경재앙이라고 알려진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해결의 단초도 찾을 수 있어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