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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외국인이 쓴 소설을 우리말로 번역한 책과 우리 작가가 쓴 작품을 비교하여 볼 때가 있다. 글쓴이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외국 소설이 더 잘 읽힌다. 희한한 일이다. 모국어가 더 쉽게 읽혀야 마땅한 거 아닌가? 아니면 번역자가 그만큼 빼어나게 우리 말로 옮긴건가? 이유는 단어 선택에 있다. 한국의 작가는 소설가로서의 자의식이 강해 남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을 골라 쓰면서 쾌감을 느낀다. 반면 외국의 글쟁이는 어떻게하면 현실감을 최대한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하며 현장언어를 쓰기 위해 노력한다.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을 답답하게 읽었다.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문장부터 목에 탁 걸린다.
자정 넘어 아내가 도배를 하자 했다.
얼핏 보면 별것 아닌것 같지만 문장이 미묘하게 매끄럽지 않다. 일단 문법적으로 오류다. 우리 말에 "하자 했다"라는 표현은 없다. "하자고 말했다"고 옳다. "자정 넘어'도 어색하다. 12시를 갓 넘긴 시간인지 아니면 새벽 3시인지 알 도리가 없다. 늦은 시간임을 알리고 싶다면 정확한 시각을 밝혀야 한다. 주격 조사 "가"도 어울리지 않는다. "가"는 남이 하는 말을 전할 때 쓴다. "는"이 맞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문장을 고치면 다음과 같다.
--> 아내는 도배를 하자고 말했다. 아니 이 시간에? 새벽 1시에.
훨씬 생동감이 넘치고 긴박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가?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덧붙이는 말
한국 소설에서 쓰는 상투적인 단어를 보면 치가 떨린다. 부유. 대체 늙은 작가나 젊은 소설가나 왜 죄다 이 단어를 쓰는지. 왠지 권위있어 보인다고 착각하는 건 아닌지. 그냥 떠다닌다고 쓰면 어디가 덧나나?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권위가 아니라 재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