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둘리틀 박사 이야기 ㅣ 둘리틀 박사의 모험 1
휴 로프팅 지음, 장석봉 옮김 / 궁리 / 2017년 3월
평점 :
이경규씨는 소문한 애견인이다. 어렸을 때는 개집에서 잘 정도였다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렇다고 그가 다른 동물을 아끼는 건 아니다. 낚시도 엄청 좋아하고 닭고기도 즐기는 걸 보면 말이다. 곧 개를 키우는 목적이 개 자체를 위한다기 보다 개인의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위해서인 셈이다. 진정한 동물애호가는 아닌 셈이다.
<둘리틀 박사 이야기>는 고전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소재가 동물이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환상적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많은 어린이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그 중에는 나중에 커서 세계적인 과학자나 시민운동가가 된 이들이 꽤 많다. 리처드 도킨스나 제인 구달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토록 흥분을 자아낸 것인가? 우선 모든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설정을 들 수 있다. 어렸을 때를 떠올려 보시라,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와 대화를 하는 상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마치 크리스마스 이브에 산타할아버지가 진짜 집에 온다고 믿는 것처럼 동물도 말을 할 수 있다고 철썩같이 믿었다. 둘리틀 박사는 모든 어린이들의 꿈을 대신 이루어 준 것이다. 사람처럼 말하는 동물들과 함께 떠나는 모험은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결국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 책은 그 출발이다.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환자들이 다 떠나버린 의사에게 동물 먹이 장수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사는 그만두시고 이제 수의사가 되는건 어때요?”
이 제안은 이후 거대한 스토리의 촉매역할을 했다.
덧붙이는 글
사람에게 ‘위대한’이라는 칭호가 붙으면 우리는 절로 어깨가 움츠러든다. 전쟁을 일으키거나 누군가를 짓밟은 인간들이 자신들의 과오를 포장하기 위해 쓰는 말임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위대함은 순수한 마음과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휴 로프팅은 엔지니어 출신임에도 기계를 만지기 보다 글을 쓰는 작업이 더 즐거움을 깨닫고 작가가 되었다. 그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전쟁터에서 수많은 말과 개들이 다치고 죽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동물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이 들었고 부상으로 병원에 있으면서 이 구상을 실행에 옮겼다. 편지형식으로 그림까지 곁들인 이 이야기의 독자는 미국에 있는 두아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