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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
쓰무라 기쿠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직장을 다니며 설렜던 기억은 손에 꼽을 만하다. 합격통지를 받고 첫 출근을 하던 날 정도가 아닐까? 너무 비관적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그랬으니까. 누군가는 떠나온 일터가 그리워 좀이 쑤신다고 하던데. 다행히 나는 아침에 일어나 쳇바퀴돌 듯 지하철로 밀려들어가지 않는 지금 내 처지가 훨씬 행복하다고 느끼지만. 물론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막막한 기분이 송곳처럼 파고 들 때가 있지만,
여하튼 <설레는 일>은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소설이다. 아니 도리어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어쩌면 이렇게 드라이하게 사실 그대로 묘사할 수 있을까? 저자 자시의 경험이 한 몫을 했겠지만 그보다는 집단에 대한 남다른 감각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 듯하다.
실제로 소설속의 인물들은 죄다 열심인데 어딘가 큰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뭐랄까? 일하기 위해 일을 한다고나 할까? 소름. 그게 바로 조직이 노리는 바다. 아무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대로 해, 모든 평가는 월급으로. 너희는 돈을 버는 기계가 되어야 해. 누군가는 남의 돈 벌기가 그렇게 쉽냐? 직장의 목표는 이익창출이나 감상 따위에 젖을 여유는 없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곳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생명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쉬고 싶을 때 쉬는 본능을 거스를 수 없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