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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걸 1
미야기 아야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를 읽다가 일본어를 제대로 다시 배우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원문으로 보면 훨씬 더 이해가 깊어지지 않을까라는 소망도 있었지만 실리적인 이유도 만만치 않게 컸다. 곧 가벼운 책을 선호해서다, 내용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무게를 말하는 거다. 우리에게는 페이퍼백 문화가 없다. 책은 죄다 무겁다. 서너권만 가방에 넣고 다녀도 등이 뻑적지근하다. 사람 많은 지하철안에서 펼쳐보기도 힘들다. 일본의 문고판을 그럴 염려가 전혀 없다. 한손에 쏙 들어오는 포켓사이즈라 아무리 좁은 틈에서도 읽을 수 있다.
<교열걸>을 읽으면서도 같은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발랄하고 재미있는 소설을 두껍고 딱딱한 세 권짜리 책으로 보아야 하다니. 원서는 훨씬 날렵할텐데. 여하튼 책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매력 만점의 소설이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창작력은 떨어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적의 직업이 바로 교열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출판사에 유사한 경험을 해 본 터라 더욱 감정이입할 수 있었다. 다른 점은 우리의 경우 교열은 하나의 과정인 반면 일본은 전문직종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특유의 장인 문화가 이런 곳에까지 마수를 펼치고 있다.
참고로 원작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도 제작되었다. 일본판 김태희라고 할만한 이시하라 하토미가 주연을 맡아 꽤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이피티브이 같은 곳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