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이미지 덕에 다양한 역을 맡지 못해 손해를 본 김동욱. <신과 함께>에서 수홍 역을 맡아 숨겨온 연기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풍부한 성량을 바탕으로 더욱 날아오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동욱,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진짜 연기자

 

 

의도한 대로만 결과가 나온다면 인생은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아마 그렇다면 소설가라는 직업도 사라질 것이다. 다행히 세상에는 예상밖의 결과가 빚은 모순이나 부조화라는 아이러니가 늘 있기에 글쟁이들도 먹고 산다.

 

배우 김동욱이 뜨고 있다. 영화 <신과 함께> 덕이다. 포스터에 사진도 박히지 않은 조연이라 아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도리어 관심은 과연 원작의 감동을 살릴 수 있느냐, 컴퓨터 그래픽은 엉성하지 않겠느냐에만 쏠려 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차태현, 하정우, 주진우는 저리가고 오로지 병사 역을 맡은 김동욱만 별처럼 빛나고 말았다. 물론 그가 관객들의 눈물샘을 기어코 터트리게 만드는 킬링 파트를 장식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만약 다른 배우였다면 어땠을까? 상상이 잘되지 않는다.

 

김동욱은 좋은 배우다. 우선 발성이 좋다. 우리나라 연기자들에게 갖는 가장 큰 불만이 바로 이 부분이다. 여배우들이야 워낙 외모를 중시하니 그렇다치고 남자들은 기본 발음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인간들이 배우노릇을 하고 있다. 문제는 신인들만이 아니다. 이른바 배테랑이라는 분들조차 그렇다. 국민배우라 불리는 안성기씨는 우물거리는 발음으로 대사 전달력이 떨어지고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연기 못하는 후배를 대놓고 욕하는 이순재 씨는 늘 씹는 듯한 말투로 답답함을 배가시킨다.

 

그래서인지 나는 연기자를 볼 때 딕션이 정확한 배우를 좋아한다. 그중 최고는 박신양 씨다. 그의 발음은 또박또박할 뿐만 아니라 들리지 않는 말이 없을 정도로 모든 대사를 커버한다. 타고난 성대 덕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피나는 연기수련을 받은 결과다. 

 

김동욱 씨도 박신양 씨 못지 않게 발성이 좋다. 다른 배우들보다 톤이 굵고 깊어 두세배는 크고 정확하게 들린다. 귀여운 외모 탓에 주연이 되지 못하고 발랄한 조역만 맡아 아쉬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된 역을 맡아 본인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다. 때로는 나이 든게 유리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량만 좋은게 아니다. 한예종 출신답게 연기의 기본기가 탄탄하다. 단순히 몰입하는게 아니라 관객의 감정이입을 천천히 끌어올리는 역량이 탁월하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진짜 연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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