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상이란 가치에 대한 평가이자 후광이다. 사람들은 후자에 더욱 열광한다. 곧 자신의 기준보다 남이 부여한 권위에 의존한다. 2017년 노벨 문학상은 가즈오 이시구로에게 돌아갔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최근 몇 년 연속 물을 먹은 하루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즈오가 받을 자격이 없는건 아니다. 일본계 영국인인 그는 묵직한 주제의 글을 꾸준히 써왔기 때문이다. 곧 상업적으로는 썩 매력이 없다는 뜻이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책은 <남아 있는 나날> 정도다.

 

주인공은 집사. 시대는 1930년대. 영국 귀족의 빛바랜 영광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 지난 날을 돌이켜보며 스스로의 삶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변화를 돌아본다. 아, 이 얼마나 지루한 이야기인가? 게다가 대사도 거의 없는 1인칭 시점의 독백글이라니. 물론 문체가 유려하고 감상적인건 인정하지만 소설로서의 재미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의미를 부여하자면 유럽인들의 자부심을 드높였다는 것 정도. 제국의 역사를 가지지 못한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차라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인물들이 말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낫다. 안토니 홉긴스의 열연도 볼 만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보려고해도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는건 어쩔 수 없다. 노벨문학상이 서구 유럽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매우 고답적인 상임을 다시 한번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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